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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Jan 12. 2023

한국은행_금융안정보고서(6편)

- 2022년 금융기관 (안정성 부분) 

 벌써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도 6번째 글이네요. 이제 거의 막바지까지 왔습니다. 6편과 7편은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복원력에 대하여 다루고자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내용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금융시장의 최후의 보루이자 system의 신뢰를 책임지는 곳이다 보니, 금융기관이 무너지면 정말 큰 위기가 올 수 있거든요. 

(대공황 시대의 사진일까요? 금융 system의 붕괴를 상징하는 뱅크런)

 물론 금융기관이 위험한 사태가 오려면 앞에서 살펴본 가계, 자영업자와 기업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겠지요. 그나마 앞서 적었던 (1)~(5)까지의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아직까지는 가계, 자영업자, 기업에서 심각한 위기상황까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한번 쉬고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은행의 성장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1) 은행의 성장성


- 일반은행의 총 자산(은행계정 기준)은 2022 년 3Q말 약 2,401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0% 증가하였습니다. 자본시장 불안에 따른 기업의 은행대출 수요가 증가했으며,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정기예금, 적금으로 시중자금이 집중되었지요. 

- 구체적으로 보면 대출채권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여전히 증가 추세입니다. 유가증권은 또한 LCR 규제비율 정상화 계획에 따른 고유동성자산 수요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17.4% 증가하였습니다. 현금 및 예치금도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예금, 적금 수요의 증가로 전년 동기대비 24.7% 증가하였다.

* LCR (liquidity coverage ratio) :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은 고유동성자산을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현금유출-현금유입)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이는 금융위기 시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국채 등 현금화가 쉬운 자산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 비율이 강화되면서 은행이 은행채 등으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고, 한전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하반기 자본 시장에 꽤 부담이 되었습니다. 이에 '22년 레고랜드 사태 시에도 시장의 자금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는 당초 계획 대비 비율을 낮춘 상태입니다. 

- 대기업 대출은 (3)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기업의 주식 및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한편 가계대출은 자산시장의 한파를 반영하여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2) 은행의 자산건전성


- 앞의 부동산 금융에서도 살펴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일반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대출의 분류는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6단계며, 이 중 고정 ~ 추정 손실은 부실채권으로 간주됩니다.) 대체 '17년~'18년도에 대기업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전반적인 지표 자체가 1% 미만으로 낮다 보니 건설과 자동차 쪽이 조금 튀어 보이기는 하나 절대적인 수치로는 크게 높아 보이지는 않네요.

 - 그런데 숫자로 나오는 지표가 체감지표와는 꽤 많은 차이가 납니다. '20년은 코로나 시기이고, '22년은 인플레이션과 긴축의 영향으로 자산 시장이 뒤흔들린 시기인데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오히려 좋아지고 있네요. 


1) 첫 번째 원인은 한국은행 보고서에도 기재되어 있듯이 정책당국과 금융기관들이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 등으로 연착륙을 지원하였기 때문입니다. 일정 부분 허수가 껴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2) 두 번째는 가계든 기업이든 정말 어려운 쪽은 일반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조차 불가능하니 아예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어쩌면 자산 시장의 선행성에 따라 실물 경제의 충격 자체가 아직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긍정적 전망을 하는 사람은 약으로 쓰려해도 찾기 힘들 정도로 '23년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면 그 전망은 잘 실현되지 않더라고요 -_- '23년은 어떻게 될지 한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아직 일반 은행권은 방어 여력이 있는 편입니다.


(3) 은행의 수익성


-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2년 3Q말 기준 누적 10.5조원으로 전년동기 9.3조원 대비 1.2조원이 증가하였습니다. 심지어 자산 시장이 좋지 않아 주식, 채권 등 각종 자산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NIM이 확대가 된 것이 주요한 요인입니다. 


* NIM (net interest margin) : 순이자마진이라는 말로도 통용되며, 은행 등이 자산을 운용하여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에서 발생한 수익인 예대마진 외 은행의 수익 경로가 확대됨에 따라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도 포함하여 산출되는 지표입니다. 금리상승기에는 변동금리대출의 이자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아 예금 이자비용 증가는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NIM이 빠르게 상승합니다. 


2. 비은행 금융기관의 성장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1) 비은행 금융기관의 성장성


- 본 보고서에서 언급한 비은행 금융기관은 보험, 상호금융, 여신전문사, 저축은행, 증권사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21년 이후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보면 보험과 증권사의 총자산은 감소하거나 소폭 상승하였으나, 여신전문사, 상호금융, 저축은행의 자산은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하였습니다. 

* 여신전문사 : 신용카드업, 캐피탈, 리스 등 수신기능 없이 여신업무만을 행하는 금융회사를 의미합니다. 

**상호금융 :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축협, 신협 등 각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이를 조합원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곳을 의미합니다.

 보험사, 증권사의 경우 금리의 급상승으로 채권 시장이 박살이 나면서 채권 평가액이 꽤 줄어들었을 것 같습니다. (신규 채권 금리가 상승해서 = 기존 채권의 가격이 박살이 났겠지요) 증권사의 경우 주식시장의 불황으로 예탁금 감소 등의 영향도 받았을 것 같습니다.

 반면 여신전문사는 코로나 거리 두기가 본격적으로 해제되면서 리오프닝 효과를 보았을까요? (매출채권의 증가) 아니면 카드론 등 긴급 자금 수요(금융채권의 증가)가 늘어났을까요? 본 자료에서는 쉽게 추정은 어렵습니다만...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호금융의 경우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곳으로 자금 이동이 빠르게 된 효과를 본 것이 아닐까 하네요. 아래와 같이 당혹스러운 기사가 나올 정도니까요.


(2)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_뭐 다 괜찮다고 해?


- 은행권에 비해서는 높지만 비은행금융기관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괜찮다고는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저축은행 3%면 꽤 높은 것 아닌가요...? 한국은행도 저축은행의 경우 2022년 3Q말 요주의여신비율(고정보다 한 단계 높지요)이 13.69%로 여타 업권(상호금융 2.16%, 보험회사 0.27%, 여신전문금융회사 2.55%)에 비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상승 및 부동산경기 악화 시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 그리고 5편에서 증권사의 PF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1.36%로 나왔는데, 본 표에서는 증권사 내용은 빠져 있군요. 사실 증권사도 주식 관련하여 여신이 제법 되지 않을까 생각은 들지만... 그래서 사실 한국은행의 괜찮다는 의견은 약간은 더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익성_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증권사는 주식시장의 타격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대출금리가 상승한 것은 은행과 동일할 것이나, 아무래도 비은행금융기관의 조달금리 또한 은행보다 불리한 조건이라는 점이 수익성을 제한한 요인이 아닐까 하네요. 


- 특히 여신전문사는 수신 기능이 없습니다. 즉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은행의 경우 예금이 늘어나면 조달 금리 자체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만, 카드사, 캐피탈 등 여전사의 경우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채, 주식 등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과 대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소기업의 구조가 다시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전반적인 채권 금리가 올라간 이상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열위인 이들의 조달 비용도 올라가게 되지요. 


3. 상호거래 증가세 확대


- 다음으로 볼 것은 금융기관 간의 상호거래 내역입니다. 금융기관끼리 거래가 빈번하고 넓게 엮여 있을수록 작은 Risk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들 상호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현재의 금융 system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니 불가능합니다. 다만 a)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이 다른 금융기관에 확산되는 위험인 부실전염 Risk와 b) 소수 거래상대방에 대한 의존도를 나타내는 집중도 Risk 검토 등을 통해 상호거래의 위험성을 관리하고, 문제를 사전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 일단 상호거래 규모는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금융업권 총 자산 대비 비중을 보면 아주 큰 차이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고서 상으로는 '22년 2Q말 예금취급기관의 파생상품 잔액이 210조원으로 '21년 말(81조 원) 대비 258.8% 증가한 것에서 상호거래 증가의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환율(21년 말  1,185원 → 22년 6월 말 1,301원) 및 시장금리(국고채 3년물 기준 21년 말 1.80% → 22년 6월 말 3.55%) 상승 swap 및 hedge를 위한 거래로 추정되지, 특정한 금융 Risk가 발생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상호거래를 통해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이 타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우려를 살피는 DebtRank는 상호거래 자체가 증가하면서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수의 거래상대방과의 거래 집중도를 판단하는 지표인 HHI 및 단일 거래상대방과의 거래 집중도를 판단하는 지표인 Dependency Ratio는 모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아래 도표의 <<<)


- 그런데 DebtRank의 수치 0.37은 한국은행의 해석에 따르면 '0.05는 특정 업권의 도산에 따른 상호거래 관련 손실이 평균적으로 업권 전체 운용자산 대비 5%의 손실을 초래함을 의미한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0.37이라는 수치(37%)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해서 (잘 다루는 지표는 아닌데 제가 예전에 기사에서 봤던 지표와는 좀 차이가 심해서요) 전년도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찾아보았습니다.


 작년 자료에 조금 더 자세히 나와 있는데(아래 도표의>>>), 전체 금융업권 간의 전염 Risk와 은행권 내에서의 전염 Risk가 큰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금융업권 간의 부실 전염 Risk가 1개 은행에 미치더라도, 다른 은행까지는 전염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의 것이 높은 것에 우려해야 할지 뒤의 것이 낮은 것에 안도를 해야 할지 솔직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최후의 보루... 는 괜찮다 정도 수준일까요?)

 다만 한국은행은 이러한 지표의 시계열이 짧아 동 지표를 통하여 주의 및 위기 단계 임계치를 추정하기엔 한계가 있어 지표의 크기보다는 흐름과 추이를 통해 리스크 정도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호거래 분석은 매번 금융안정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다루는 항목이니만큼, 이 부분에서 한국은행이 부실 징후를 감추거나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이 글에서는 이 정도까지로 하고, 나중에 혹시 관련된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거나 하면 보완하는 방식으로 해 보겠습니다.


 그럼 이번 글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의 마지막 차례로 금융시장의 복원력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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