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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by 두두 Feb 24. 2025

유성(流星; meteorite)은
별똥 또는 별똥별이라고도 하며
유성체가 지구 대기권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돌입하여
밝은 빛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비록 별이라고 불리지만
유성은 지구 대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는 다르다

유성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돌가루이다

수년 또는 수십, 수천만 년을 주기로 지구를
방문하는 혜성이 지구 위에 떨구는 흔적이다

군 시절, 야간 경계 근무를 하기 위해
서 있던 산꼭대기 대공 초소에서
보게 되었던 별똥별

고참은 내게 별똥별이 떨어질 때
마음속으로 소원을 세 번 빌면
꼭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나는 딱히 생각나는 소원이 없어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경이롭게 바라만 보았을 뿐
그 어떤 소원도 빌지 못했다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을 정도로
순수함과 천진함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간절함 따위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 지극히 짧은 순간에도
떠오르는 소원이 있다면
그건 분명 정말이지 간절하고 애타는 소원일 것이다

항성처럼 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행성처럼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기껏해야 소행성이나 혜성처럼 살 수 있을 뿐이다
혜성처럼 빛과 어둠을 넘나들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따라 미련으로 가득한 눈물의 꼬리를 만들며
영원한 코마 상태로 들어가는 게 내 미래일지도 모른다

내 삶의 흔적은 별똥별처럼
아주 잠시, 짧게 반짝이다가
찰나의 빛으로 소멸할 것이다
타서 없어진 빛은 그런 것이
존재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모두 없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없어지게 된다
핵 주위를 정신없이 돌고 도는 전자들처럼
우린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각자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고
설명 누구 하나 사라진다고 해도
그건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모래 한 알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도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것이다
유성이 떨어져도 그것을 보거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소원 비는 것을 잊지 않겠다
소원 비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
비록 이루어지는 것은 없더라도
소원 비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이루어지는 것은 없더라도 소원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루어지길 기대할 수 없는 소원도 있기에

비록 별똥별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삶이지만

138억 년에 걸쳐 이루어질
기나긴 우주적 소원을 품고 살겠다

유성도 혜성도 소행성도
행성도 항성도 모두
결국 다 별이니까

우주의 구성원인 별이 품은 소원은
아무리 작고 초라하다 해도
비록 실현 불가능해 보이고

억겁의 시간이 걸릴지라도
결국 모두 우주적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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