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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므 Apr 25. 2021

너, 그럼 뭘 잘하니?

퇴사해도 될 능력이 제게 있을까요?


  좋아한다, 싫어한다, 라는 호불호를 정하는  쉽다. 하지만 잘한다,  못한다, 라는 재능에 관한 글을 쓰는  쉽지 않다. 겸손해야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들어야   같은 강박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각이 틀린 경우를 인생에서 종종 맞이하다 보면(예를 들면, 대학 전공 선택이라던가.) 불확실한 추측은 위험하고, 위험함은  불안을 불러온다는  실체적으로 느끼게 된다.


 퇴사를 생각하게 되면서 이제는 싫어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 하고 싶었다. ‘이라는 전제가 가져오는 부수적인 결과들은 잠깐 덮어두었지만 먹고사니즘은 무섭게 ‘내가 잘할  있을까?’   솔직히는 ‘내가  일을 해서 지금의 연봉을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귀결됐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무궁무진하고 그들을  때마다 느끼는 놀라움만큼 자신감은 떨어졌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는  대해 생각해보려는 이유는 나를 성실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내가 가진 기술적인 재능은 무엇일까.

 10  공무원으로 밥벌이를 해왔지만, 직업의 특성상 자주 바뀌는 업무, 인사이동으로 인해 어떤 기술을 능통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굳이 찾아보자면 민원을 응대하는 법에 능통하다고   있을  같다. 다양한 고객이 있는 직업인만큼 눈물이  올라서 고갤 들어하는 순간들이 순진했던 나를 부수고 어떤 요구에도 능숙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  것이다. 엑셀 매크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불가능하지만 문서 프로그램들을 사용하여 보고용 서류를 만드는 능력이 생긴 것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실수를 거듭한 흔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번째는 성격 등의 개인적 특성에서 오는 정신적인 능력이다. 첫 번째 재능이 교육과 훈련에 의해 길러진다고 한다면, 두 번째 능력은 선천적 특성이 성장과정을 거쳐 자리 잡은 것이다.

 공무원을 첫 번째 직업으로 삼은 데에는 나의 성격적인 측면도 한몫했는데, 그건 ‘잘 웃는다’라는 것이었다. 내성적이라 마음의 빗장까지 제치긴 힘들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잘 웃어줄 수 있다는 것은 서비스직으로 타고났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내뱉는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웃는 상’이라는 장점과 더불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은 점을 들 수 있다. 이건 글을 쓸 때도,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한 작업에도 도움이 된다. 어떤 영화를 볼 때 그 영화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게 되면, 거의 모든 장면에서 평론을 하고 싶은 지점을 찾아내게 되기도 한다. 퇴사를 고민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도 여러 생각을 정리하며 퇴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직장동료와 수다를 떨다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만약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독후감을 하나씩 써야 하는 직업과 지금처럼 출퇴근을 하는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업 중 어떤 것을 고르겠냐고 말이다. 나는 주체 없이 전자였지만 주변에 전자를 고른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창의적인 글쓰기 활동보다는 체계적으로 따르면 되는 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단적인 예다.


모든 장면에서 글을 쓰고 싶어지던 바로 그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킬링디어.

 그리고 생각이 많다 보니 여러 변화를 꿈꾸는  익숙하다. 이벤트 같은 톡톡 튀는 생각을   눈빛이 반짝거리는  같다. 마치 만화 주인공처럼 순간적으로 새로운 행동으로의 전환이 필요해질  신이 난다. 떠오른 아이디어에 곧장 투입될  느끼는 신선함이 나에게 활력을 주는 것이다. 이건 단점이  수도 있다. 여러 생각이 들어 금방 불안해질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분야 한정이라는 한계도 있다.


  번째는  일상 속에서 숨겨진 재능이다. 어떤 일이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습관은 시간을 절약시켜준다. 하루에  개만 처리하기보다는 여러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집중할  에너지가  샘솟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에너지는 (상사에 의해) 타의적으로 사용해야 할 때 발생하기도 하여 직장에서도 유용했다. 순간적인 몰입도는 물론 매일 생겨나지는 않았지만 데드라인이 있을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능력은 무언가를 사랑할  있는 능력이다. 사랑하는 사물이나, 존재를 위해서   있는 것들을 생각할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힘이 난다. 아끼는 프리츠 한센 테이블을 깨끗이 닦고 나서 느끼는 행복감은 단순한 쇼핑 욕구와는 다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어울릴까, 등을 생각하며 즐거워지는데, 이건 인공지능이 발전하여 선물 고르는  고심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하여도 여전히 손수 고르고 싶어 지게 만드는 감정이다. 좋아하는  뭐예요?라고 물었을  너끈히 말할  있고, 그런 것들을 말하며 행복하고,  행복감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소망은 그것들에   쉽게 닿을  있는 조건을 만드는 거다. 좋아하는 것들이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행복해지니까.


 마지막 문단이 제목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퇴사를 결심하고 하려는 일련의 일들은 재능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무모하기 짝이 없다. 말했듯이 화려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우물 안 개구리, 아니 철밥통 안 개구리였을 뿐이니까. 하지만 밥벌이할 수 있는 능력과 상관없이 내가 행복해질  있는 길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선택하는 .  길이 쉽지 않지만 계속 시도하고 노력해보는 .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어쨌든 잘못된 . 단순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생각이다. 그리고 결국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일’이어야만 지속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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