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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31. 23:06

by 김남수

꿈은 안개같은거야.

자욱한 안개.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공기가 만나서

그 조그마한 알갱이들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아파한 다음에야

생겨나는 안개.

그래, 꿈은 아픈거야.


꿈은 안개같은거야.

잡을 수 없는 안개.

제아무리 잡으려고 안간힘을 써봐도

잡히는 거라곤 싸늘한 냉기뿐이지.

그 냉기에서 난 느껴.

그래, 꿈은 바로 그 냉기라고.


이따금씩

꿈을 잡아낸 사람들 얘기를 들었었지.

그런데,

그 사람들은 안개를 타고 영영 어디론가 가버렸다더군.

다시 내려온 안개에서 우리는

사라져버린 그들의 채취를 느껴.

그리곤 자신을 데려가버릴 지 모를 그 안개에 또 손을 뻗지.


이따금씩

꿈을 잡아내고 안개 위 구름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들 얘기를 들었었지.

몸 마음 할 것 없이 진을 다 빼고나서

나즈막히 떠있는 구름을 잡은 후엔

뭉게구름에 손을 뻗고

뭉게구름을 잡은 후엔

비늘구름에 손을 뻗고

비늘구름을 잡은 후엔

실구름에 손을 뻗는 식이야.


뜬 구름을 잡는 격이라 해도

그들은 고귀한 광채를 온몸으로 받겠지.

꿈을 쫓는 그들에게

해는 더욱 많은 빛을 비춰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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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말년 때인가 술 몇 잔 하고 썼던 글로 기억한다.

완연한 40대가 되어 20대적 글을 보니 오글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청춘의 고민이 애틋하게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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