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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이야기 11: 전통시장과 바르도 박물관

Médina와 Souks,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

by Selly 정

한국에서 친구가 2박 3일 일정으로 튀니지에 왔다. 튀니스의 하늘이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짙푸른 하늘에 듬성듬성 떠 있는 뭉게구름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친구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와, 날씨가 끝내주네요." 그의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난다.

노란 택시가 우리를 시내로 안내한다. 백미러가 깨진 택시를 보고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국과는 판이한 택시 문화에 그가 충격을 받는다. 우리는 이 자유분방한 영업용 택시의 모습에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택시 기사의 친절함이 차 안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는 한국인을 좋아한다며 짧은 영어로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튀니지 Tunisie 어떠세요? 투니스 Tunis사람들은 요? 왜 오셨어요?" 그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넉살 좋은 친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는 투니스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는다. 남편과 친구, 택시 기사의 대화가 무르익어 갈 때쯤 우리는 목적지인 메디나, 즉 구시가지에 도착한다.

튀니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메디나(구시가지)입니다. 이곳은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에는 인구 약 12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어 현대적인 발전과 고대의 역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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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수도와 전통 시장 수크(Les souks)



제일 먼저 우리는 투니스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전통시장(수크Les souks)으로 갔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튀니지의 구시가지 메디나. 그 안에 자리 잡은 수크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친구와 그리고 남편의 손을 잡고 나는 이 신비로운 세계로 발을 들였다.

수크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천 년의 역사가 숨 쉬는 공기를 마셨다. 이슬람 문화의 영향으로 형성된 미로 같은 골목길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골목 사이사이에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 향신료의 강렬한 향기, 그리고 형형색색의 직물들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했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수크의 다양한 상점 들을 둘러보았다. 튀니지 전통 인형부터 정교한 도자기, 화려한 베르베르 보석까지, 각각의 물건들이 튀니지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대변하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수크 엘 주마 시장의 도자기들이었다. 남편은 아름다운 꽃무늬가 그려진 접시 하나를 손에 들고 미소 지었다. 우리의 새 집을 장식할 완벽한 기념품이 될 것 같았다.

좁은 골목을 지나 지투나 모스크 앞에 다다르자,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을 지켜온 이 웅장한 건축물 앞에서, 우리는 역사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꼈다. 친구가 경외의 눈빛으로 모스크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곳에 서 있으니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네요."

수크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다. 이곳은 튀니지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우리는 골목을 누비며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보았다. 양탄자를 깔고 앉아 차를 마시는 노인들,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 들, 골목에서 만나는 각나라의 다양한 여행자들. 이 모든 광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또 다른 여정을 위하여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수크를 빠져나왔다. 친구의 손에는 기념품들이, 내 마음속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가득했다.



20250213_224257.png 바르도 박물관 ( 자료: 트립어드바이저)



튀니지의 화사한 햇빛 아래, Musée national du Bardo국립 바르도 박물관 앞에 서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행 책자에서만 보던 그 유명한 박물관을 직접 보게 되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건 튀니지의 상징색인 파란색 장신구를 든 상인이다. 그의 손목과 목에 주렁주렁 매달린 장신구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싸고 좋은 거예요, 사세요!" 하고 외치는 상인의 목소리가 경쾌하다. 그의 눈빛에서 여행객을 반기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중에 사겠다고 얼버무리고 박물관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밖의 더위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이 우리를 맞이한다. 근무자들의 환한 미소와 그들의 눈빛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기쁨이 느껴진다.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우리를 보자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들의 환대에 어색한 미소로 화답하며 전시실로 향한다.

한산한 박물관 안에서 우리는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전시실을 돌아보며 튀니지의 역사가 펼쳐진다. 카르타고의 영광, 로마의 위엄, 이슬람의 신비가 유물들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책에서만 보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페니키아 시대의 유물들을 보며 이 땅의 오랜 역사를 실감한다. 로마 시대의 조각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근육의 굴곡, 옷자락의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눈을 뗄 수가 없다. 이슬람 시대의 도자기와 금속 공예품들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섬세한 문양과 화려한 색채가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자이크 컬렉션 앞에서는 발걸음이 절로 멈춘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만들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섬세한 문양과 선명한 색채가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각 작품마다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한다.


박물관을 나서며 다시 만난 상인의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번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튀니지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악귀를 쫓아준다는 사람 눈 모양의 전통 목걸이와 파란 돌 팔찌를 고른다. 흥정을 하면서 상인과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다. 친구는 관광지가 그려진 접시를 선택하며 이 여행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한다. 뭔가 사고 나니 친구는 여행온 기분이 제대로 난다'면서 활짝 웃는다.

노란 택시를 타고 다시 메디나Médina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튀니지의 풍경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다. 저녁으로 맛본 쿠스쿠스Coucous의 향긋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입안 가득 퍼지는 이국적인 맛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옆 테이블의 현지인들과 눈이 마주치자 그들이 미소 짓는다. 음식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순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바르도 박물관의 찬란한 유물들, 메디나의 좁은 골목길, 전통시장 수크의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 쿠스쿠스의 이국적인 맛... 튀니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나라였다.

친구는 이번 여행이 풍성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진정한 문화 체험의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튀니지의 다채로운 매력에 푹 빠진 그의 모습을 보니, 그의 마음속에 이 여행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음을 느낀다. 친구가 언젠가 다시 튀니지를 찾고 싶어 한다는 말에, 이번 여행이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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