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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이야기 10 : Sidi Bou Said의 소풍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시디 부 사이드에서 만난 문화와 감동

by Selly 정

튀니지의 하늘은 오늘도 눈부시게 맑다. 사계절의 경계가 모호한 이곳에서, 하얀 눈을 보기는 어렵지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온화한 초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오늘같이 투명한 하늘을 마주하면,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학생들과의 약속된 나들이 날이다. 그저 소풍이라 부르기엔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로 시디 부사이드(Sidi Bou Said). 튀니지에 처음 왔을 때부터 교민들이 강력히 추천하던 곳이며, 어느 튀니지 소개 책자를 펼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국적인 명소다.

따스하고 청명한 날씨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난주,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했고,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우리의 만남의 장소는 시디 부사이드 입구의 버스 정류장. 그곳에서 모두가 모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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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



시디 부 사이드로의 소풍은 아침 일찍 시작되었다. 이 마을은 하얀 벽과 파란 창문의 조화로 눈길을 사로잡는 참으로 아름다운 장소였다. 학생들은 이미 이 마을의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디 부 사이드의 매력은, 마치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나처럼 그들의 마음에도 설렘을 가득 불어넣는 듯했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시디 부 사이드는,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하얀 벽과 푸른 창문들이 햇살 아래 반짝이는 모습은, 내가 한국에서 그렸던 낯선 북아프리카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라서,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시디 부 사이드가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1920년대, 프랑스 화가 루돌프 데를랑게르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자신의 집을 지중해의 푸른빛으로 칠하기 시작했는데, 그 후로 마을 전체가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통일된 것은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그 덕분에 지금의 시디 부 사이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튀니지안 블루"라는 독특한 색채를 갖게 되었고,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이끄는 매력적인 장소가 된 것이다. 학생들은 마치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Café des Nattes였다. 이곳에서 민트 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 카페가 과거 유명 작가들의 아지트였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었다. 이곳은 과거 앙드레 지드, 알베르 카뮈 같은 유명한 문학가들이 머물며 글을 쓰고, 영감을 얻어갔던 역사적인 장소로 유명하다. 대나무 돗자리가 깔린 의자와 앙증맞은 찻상이 놓인 카페 내부는 묘하게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좁은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향긋한 민트 티를 마시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했다. 카페의 전통적인 인테리어와 향긋한 차 향기는 마치 과거로의 여행 같았다.한 학생이 감탄하며 "선생님, 이런 곳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 아주 잘 할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자,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학생이 사랑스러워서 ‘이곳에 한국어 교실이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향긋한 차를 마신 후,다음으로 우리는 (Ennejma Ezzahra Palace)엔네즈마 에자흐라 궁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려한 타일 장식과 정교한 아치형 구조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궁전은, 무엇보다도 드넓은 지중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학생들과 함께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잠시 동안 침묵에 잠겼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한 학생이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선생님, 매일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학생의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 그래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살았나봐요”라고 답했다. 아름다운 풍경은 그 자체로 예술가를 탄생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길을 걷는 동안 우리는 시디 부 사이드의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인 ‘밤발루니’를 맛보기로 했다. 갓 튀겨낸 따끈한 도넛 위에 하얀 설탕이 듬뿍 뿌려진 밤발루니는, 보기만 해도 달콤함이 느껴지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에 학생들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잣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민트 티와 함께 먹으니, 그 조화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단순한 길거리 음식이었지만, 밤발루니는 시디 부 사이드의 맛을 오롯이 담고 있는 듯했다.

점심 시간이 되자, 우리는 현지 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Couscous (쿠스쿠스)와 Brik(브릭)을 맛보았다. Couscous의 독특한 식감과 Brik의 바삭한 맛은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Harissa(하리사)라는 매운 소스는 한국인인 나에게 친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맛이었다.

식사 후, 우리는 Sidi Bou Said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여러 기념품 가게들을 들렀다. 파란색과 흰색으로 장식된 도자기, 전통 의상인 **Djellaba**, 그리고 화려한 모자이크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이 물건들의 의미와 사용법을 상세히 설명해주었고, 나는 작은 모자이크 거울을 기념품으로 구입했다.


오후에는 우리는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카페 데 델리세스(Café des Délices)로 향했다. 이곳은 시디 부 사이드를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다. 카페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한 평화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파란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차를 마시면서 Sidi Bou Said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여학생들의 생기 발랄한 웃음소리가 시원한 바람을 타고 드넓은 바다 위로 퍼져나갔다.

해질 무렵, 우리는 마을의 항구로 내려갔다.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과 석양에 물든 하늘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또 다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저녁 식사로는 해산물 요리를 선택했다. Tajine (따진)이라는 전통 냄비에 담긴 생선 요리와 함께 다양한 해산물을 맛보았다. 신선한 재료와 독특한 향신료의 조화는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밤이 깊어갈 무렵,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Sidi Bou Said를 떠났다.



시디 부 사이드는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아름다운 관광 명소가 아니라, 예술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이곳에서 보낸 하루는, 단순한 소풍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녔다. 우리는 이 마을 특유의 아름다운 색채와 분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감성을 공유하며 더욱 깊이 소통할 수 있었고, 나 역시 이번 소풍을 통해 튀니지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학생들과의 유대감도 더욱 깊어졌음을 느꼈다.

Sidi Bou Said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소풍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 체험의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경관, 풍부한 역사,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정이 어우러진 이곳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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