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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이야기16: K-pop과 한류 열풍

튀니지 학생들의 가슴속에 피어난 한류의 꽃

by Selly 정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북아프리카, 지중해를 품은 튀니지의 교실에서는 매일같이 특별한 열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어와 K-POP을 향한 학생들의 뜨거운 사랑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하얀 건물이 빛나는 튀니지의 교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지중해의 햇살 속에서 학생들은 한국어 책을 펼쳐들고 있었다.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중에서도 K-POP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사랑해요~", "대박!", "화이팅!"

한국어 단어를 배울 때마다 학생들의 눈빛은 별처럼 반짝였다. 그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었다. 동경하는 아이돌과 소통할 수 있는 마법의 열쇠였다.



한국어 수업은 총 3시간. 1시간 30분씩 두 번의 블록으로 나뉘었다. 첫 수업을 1시간 20분 정도 진행하고 나면,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던 20분의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쌤! 오늘은 방탄 무대 보여주세요!"

"아니야, 오늘은 블랙핑크 차례라고요!"

술렁술렁, 교실이 들썩였다. 이 20분은 그들에게 한국 문화와 K-POP을 향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작은 한국'이었다.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빔프로젝터를 연결하고, USB에 담긴 영상을 틀어주면 교실은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변신했다.

"삐-릿, 삐-릿" 영상이 시작되기 전 프로젝터의 작은 소리가 울려퍼지면, 학생들은 숨죽이며 기다렸다. 화면에 아이돌의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 "꺄아악!" 하는 환호성이 교실을 뒤덮었다.



2016년, 내가 튀니지에서 처음 근무하던 시기. 그때 학생들이 열광했던 K-POP 가수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방탄소년단(BTS)의 '불타오르네(FIRE)'가 울려 퍼지면 교실은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 찼다. 흐르는 땀방울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블랙핑크(BLACKPINK)의 '휘파람'에 맞춰 손가락으로 휘파람 동작을 따라 하던 여학생들. 트와이스(TWICE)의 'TT'에 맞춰 눈가에 T자를 그리며 귀엽게 몸을 흔들던 그들의 순수한 열정.

"띵-동, 띵-동"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면, 학생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와, 진짜 실물 크기예요?"

"쌤, 이거 한국에서 직접 사오신 거예요?"

한국 방문 때마다 사 온 아이돌 브로마이드를 교실 뒤 벽에 붙여놓으면, 학생들은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였다. 세븐틴의 커다란 포스터 앞에서, 빅뱅의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의 환한 미소는 마치 별빛처럼 빛났다.

그들의 꿈은 소박했다. 한국에 가는 것.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 단 한 번이라도 악수하고 사인을 받는 것. 그 작은 소원을 들으며 나는 미약한 한국어 교사로서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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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BTS) 과 블랙핑크 (BLACKPINK)

1.방탄 소년단 : 2013년 데뷔 후 2015년부터 '쩔어', '불타오르네(FIRE)' 등의 히트곡으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2.블랙핑크 (BLACKPINK): 2016년 데뷔 후 '휘파람'으로 국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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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TWICE). 빅뱅 (BIGBANG).세븐틴


3.트와이스 (TWICE):2015년부터 2017년 사이 'OOH-AAA하게', 'Cheer Up', 'TT' 등의 뮤직비디오로 유튜브에서 연속 기록을 세우며 3세대 K-pop의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4.빅뱅 (BIGBANG): 2015년 '뱅뱅뱅 (BANG BANG BANG)', 'LOSER' 등으로 가온 디지털 차트 연간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5.세븐틴 : 2015년에 데뷔한 13명으로 구성된 K-pop 보이그룹으로, 멤버들이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하는 '자체제작돌'로 유명하다. 퍼포먼스, 보컬, 힙합 세 개의 유닛으로 나뉘어 활동하며, '아주 NICE'와 'DON'T WANNA CRY' 같은 히트곡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쌤도 아이돌 좋아하셨어요?"

문득 한 학생이 던진 질문에, 나의 청소년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중학교 시절, 나 역시 영어 노래에 푹 빠져 있었다. 기타를 치며 팝송을 부르던 친구의 오빠를 짝사랑했던 순수한 시절.

'찰칵, 찰칵' 방탄소년단 브로마이드 앞에서 사진을 찍는 튀니지 여학생들을 보며, 팝송 가사를 몰래 필기장에 적어두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사람의 감성은 세상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 시대와 국적을 초월해, 청춘의 열정과 동경은 닮아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 USB를 꺼내 보곤 한다. 그 안에는 K-POP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문화들—추석과 설날의 명절 풍경, 화려한 한복, 역동적인 태권도 퍼포먼스, 그리고 튀니지 학생들이 그토록 맛보고 싶어했던 한국 음식들의 사진이 빼곡히 담겨있다.

김밥의 둥근 단면, 붉게 빛나는 김치, 얽히고설킨 잡채의 면발, 매콤한 떡볶이와 라면의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우와~" 탄성을 내뱉곤 했다.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뭐 먹을 거예요?"라는 질문에 너도나도 손을 들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가게 되면 꼭 선생님한테 연락할게요!"

학기가 끝나고 작별 인사를 나눌 때, 한 여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그토록 가보고 싶어했던 그 학생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국어와 한국 남자를 좋아했던 그 학생은 지금 누구와 인생을 함께하고 있을까?

시간은 흘러도 그들의 열정만큼은 변함없기를. 부디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간절했던 꿈들이 하나둘 이루어졌기를 두 손 모아 바라본다.

교실의 창문 너머로 보이던 튀니지의 하늘과 내 고향 한국의 하늘은 다르지만, 그 하늘 아래에서 피어나는 청춘의 꿈은 똑같이 아름답다. K-POP이라는 다리를 통해 서로의 문화와 마음이 이어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목격한 나는, 오늘도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교과서를 펼치던 그 순간에도, 학생들의 눈빛엔 여전히 K-POP의 리듬이 춤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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