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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서 배운 삶의 소중함

묘비 사이에서 만난 삶의 의미

by Selly 정

파리의 하늘이 어스름히 물들어갈 무렵, 나는 몽마르트르(Montmartre) 공동묘지로 향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번 페르 라셰즈(Père Lachaise) 묘지에 이은 두 번째 파리 공동묘지 탐방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95번 버스를 갈아타고, 몽마르트르의 언덕길을 오르는 동안 내 마음속에는 이상한 설렘이 일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묘한 감정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4분,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몽마르트르 공동묘지. 철제 다리 아래로 보이는 돌계단을 내려가자 묘지의 입구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일반 도로인지 묘지인지 구분이 모호한 이 공간은 마치 우리에게 "여기는 산 자와 죽은 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에요"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갈이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묘지의 정적을 깨뜨리며 나의 존재를 알리는 듯했다. 묘비들 사이를 걸으며 나는 문득 빅토르 위고의 말을 떠올렸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장의 시작일 뿐이다." 이곳에 잠든 이들의 삶은 끝난 것이 아니라, 다만 새로운 형태로 계속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묘지에는 수많은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다. 오지에(Augie), 스탕달(Stendhal), 에밀 졸라(Émile Zola), 에드가 드가(Edgar Degas), 아돌프 삭스(Adolphe Sax), 툴루즈 로트렉(Toulouse-Lautrec)이 즐겨 그린 무용수 라 굴뤼(La Goulue) 등이 그들이다. 나는 이들의 묘비를 찾아보고자 이곳을 방문했지만, 오늘은 오지에와 에밀 졸라의 묘비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묘비 앞에 서서, 나는 그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 생각했다. 에밀 졸라의 소설 '제르미날'은 19세기 프랑스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의 글은 지금도 우리에게 사회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에드가 드가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움과 그들의 노고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매일매일을 의미 있게 살았을까?"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죽어서도 그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나는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살아있는 동안의 행복이다.

묘지를 거닐며 나는 젊은이들의 사진이 새겨진 묘비도 보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삶은 너무나 짧고 예측할 수 없다. 프랑스의 속담에 "오늘을 사는 자가 내일을 지배한다(Qui vit aujourd'hui, règne demain)"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

나이가 들수록 매일의 삶,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 내가 보는 것, 걸으면서 느끼는 것, 인간이 만든 문명과 문화를 즐기는 것,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우리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의 삶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몽마르트르 공동묘지를 거닐며 나는 깨달았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 순간을 의미 있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프랑스의 작가 콜레트(Colette)는 "당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순간부터 당신은 행복해진다"고 했다. 우리의 행복은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제 인생 후반전에 접어든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의 삶을, 내게 주어진 매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기로. 그리고 동시에 나의 이 작은 깨달음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작은 흔적일지도 모른다.

가족도 중요하고, 주변 사람들도 중요하다. 후손들에게 위대한 것을 남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나의 삶이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두 번의 공동묘지 방문을 통해 깨달았다.

해가 저물어가는 몽마르트르의 하늘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곳, 몽마르트르 공동묘지는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이곳에서는 파리 시민들뿐만 아니라, 동양계 사람들, 그리고 외국 관광객들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특별한 공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유명인의 묘비를 찾아다니고, 어떤 이는 연인과 함께 걸으며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또 어떤 이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시길 권한다. 공원을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Montaigne)의 말처럼 "철학한다는 것은 죽음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더욱 충실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몽마르트르 공동묘지,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며,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장소다. 여러분도 이곳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매 순간을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생각과 사명을 가지고 소신껏 살아가야 한다. 여러분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 공동묘지를 방문하며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경험이 앞으로의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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