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착각

모든 착각엔 이유가 있다

by Selly 정

인지적 착각 중 하나인 대표성 휴리스틱은 우리가 특정 사건이나 사람을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로또 번호를 선택할 때 특정 숫자 조합이 더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착각의 예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착각한다.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하지만 나는 이것을 '행복한 착각'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는 명언도 아니고,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도 아닙니다. 그저 내가 그렇게 부르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어제, 나는 수퍼마켓의 와인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와인병들이 마치 오래된 도서관의 책들처럼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고, 각각의 라벨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나는 그 중에서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크기의 와인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에서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곳에서 4년을 살았음에도 와인에 대해 아는 지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바다 옆에 살면서도 수영을 배우지 못한 것과 같은 아이러니였습니다.

가끔 파리에 사는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 항상 와인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등 프랑스 사람답게 와인과 바게트 빵, 그리고 후추가 뿌려진 쇠고기 한 덩이와 함께 와인을 가져와 알코올에 약한 나도 마시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그때마다 다음에 꼭 사서 마셔야지 하고 사진까지 찍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와인을 마셨나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오늘, 나는 다시 와인 수퍼에 왔습니다. 보르도, 부르고뉴, 그리고 영상에서 많이 들었던 지역의 와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와인 이름은 잘 모르니까, 유명한 와인 생산지를 찾으면 되겠지 하고 이쪽저쪽 와인을 살펴보았습니다. 가격은 4유로부터 30유로가 넘는 것까지 다양했고, 연도가 오래될수록, 유명한 생산지일수록 가격이 비쌌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Je vous aide...?"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렸고, 다시 "Can I help you?"라는 영어가 들려왔습니다. 깜짝 놀라 "Moi? Me?"라고 되물었고, 그 남자는 "Oui, Madame"라고 대답했습니다.

남자는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우선 긴장이 되는데, 불어가 능숙하지 않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아 밖에서는 사람들과 거의 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사람들도 낯선 사람에게 잘 말을 걸지 않는데다, 수퍼 직원들도 보통은 각자 알아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게 두는 편이라 이런 친절이 낯설었습니다.

그 직원은 친절하게 와인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와인 찾고 있나요? 무슨 와인을 찾으시나요? 레드, 화이트? 와인 이름이 무엇인가요? 어느 지방에서 온 와인을 찾는가요?" 그의 영어는 유창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나는 더 편안하게 영어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가격대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 가능하면 유명한 지역의 와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요구한 조건에 맞는 와인들을 3개 정도 추천해주었습니다. 5에서 10유로 사이, 화이트든 레드든 상관없고 유명한 생산지의 와인이었지만,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은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높았습니다.

결국 그는 올해 최우수상을 탄 와인, 알코올 도수가 10도가 되지 않는, 요즘 프랑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면서 그는 와인 진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 와인을 가져왔습니다. 집에 와서 알아보니 정말 올해 인기 있는, 최고상을 받은 좋은 화이트 와인이었고, 가격도 7유로였습니다.


이런 친절에 나는 놀랐습니다. 프랑스 대형 수퍼마켓에서 직원에게 쉽게 받지 못하는 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프랑스 직원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손님에게 자세히 설명하거나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나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구체적이고 자세한 질문과 여러 종류의 와인을 보여주며 내 선택을 기다려주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행복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아니, 왜 이리 친절한 거야? 원래 이렇게 다 친절한가? 내 모습이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한국형 아줌마인데?' 너무나 오랜만에 받아본 친절에 입가에 웃음이 계속해서 비실비실 터져 나왔습니다.

등에는 백팩 가방이, 왼손에는 수퍼에서 산 무거운 물건들로 등과 팔이 무거웠지만, 걸음만큼은 구름 위를 밟듯 사뿐사뿐 가볍게 걸어갔습니다. '이곳 직원들은 다 친절한가? 하긴 예전에 계산대에서 일하는 여직원도 엄청 친절하긴 했어. 피곤해 보이는 표정 속에서도 상냥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았고, 친절하게 내가 계산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그들에게 조금 특별해 보이나?' 하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오래전에, 아마 한 달 전쯤일까? 그때도 이 수퍼에서 일어난 일이 떠올랐습니다. 수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눈에 띄는 꽃가게가 있었습니다. 따로 누군가 가게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저 문 앞에 가까이 꽃들을 진열해 놓고 파는 형식이었죠. 그날따라 꽃이 유난히 다양하고 풍성하게 놓여 있어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집에 꽃 화분 하나 살까 하는 마음으로 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꽃들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남자가 불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Vous voulez des fleurs?" (꽃을 사고 싶으세요?)

나는 불어를 완전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몇 개의 단어만 알아들으며 대충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 사람은 또다시 물었고, 내가 빨리 대답하지 않자 이번에는 영어로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Can I help you?" (도와드릴까요?)

그는 매우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대답했습니다.

"Non, merci. Je regarde seulement." (아니요, 괜찮아요. 그냥 보고 있어요.)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서툰 불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져서, 대충 얼버무리고 웃으면서 "Merci"라고 말한 후 다른 곳으로 가서 쇼핑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있는데, 잠시 후, 그 남자가 다시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Aujourd'hui, c'est le jour d'amour. Vous ne voulez pas acheter des fleurs pour votre famille ou vos amis?" (오늘은 사랑의 날이에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꽃을 사주고 싶지 않으세요?)

나는 놀라며 물었습니다.

"Le jour d'amour? Qu'est-ce que c'est?" (사랑의 날이요? 그게 뭐예요?)

그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C'est un jour spécial où les gens offrent des fleurs à leurs proches. Je pensais que vous vouliez peut-être participer." (사람들이 가까운 이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특별한 날이에요. 혹시 당신도 참여하고 싶을까 봐 말씀드렸어요.)

나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Ah, je comprends. Merci beaucoup pour votre gentillesse." (아, 이해했어요.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친절을 받고 그때도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나에게 이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 대체 뭘까? 왜 유독 나한테 이런 친절과 배려를 베푸는 것일까? 너무나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프랑스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나도 파리에서 어이없이 차별적인 대우를 몇 번 받았습니다.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와 말투, 심지어 얼굴도 쳐다보지도 않고 계산을 하는 중국계 프랑스인 캐셔한테 따지고 싶을 정도로 대놓고 무시당한 적도 있습니다. 그 뒤로 그 가게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았죠.

그런데 유독 프랑스 백인 남성들에게서 지나칠 정도로 상냥한 친절함을 누립니다. 그런 대접을 받을 때마다 언제나 행복에 겨워서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집니다. 발걸음도 그렇게 가벼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번에도, 그리고 또 오늘 이렇게 바쁜 업무시간 중에 와인에 대해서 소개하고 추천해준 이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의 친절이 또다시 행복한 착각을 불러왔습니다. '내가 특별한가? 내가 좀 동양적인 매력이 있나? 프랑스 사람들 눈에 나는 매력적으로 보이나?' 등 집에 도착할 때까지 행복한 웃음과 미소가 입가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있었지만 집에 언제 온 줄 모르게 도착해 있었습니다.

행복한 착각! 아무렴 어떤가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잘못 판단한 착각보다는 오히려 이런 행복한 착각이 더 낫지 않을까요?

착각은 양면성을 띱니다. 빌 게이츠가 말한 것처럼 "성공은 형편없는 선생이다. 똑똑한 사람들로 하여금 절대 패할 수 없다고 착각하게 만든다"처럼 부정적인 착각도 있고, 마크 트웨인이 말한 것처럼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같이 어리석은 착각도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인간의 심리학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정신의학 측면에서, 또는 심리학에서 나의 착각은 어디에 속할까요?

친구들은 "제발 정신 차려라! 너는 대단히 혼자 즐거운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들의 친절은 단지 고단수 상술일 뿐이야. 동양의 작은, 너무나 순진해 보이는 한 여성에게 물건을 팔아먹는 고단수 상술인 것이지! 정신 차리고 꿈에서 깨셔!"라고 말합니다.

친구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가족들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어쨌든 이왕이면 오해나 실수보다는 행복한 착각, 즐거운 착각으로 인해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이 뿜뿜 뿌려져 나와서 나에게 안정감과 차분한 행복감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 행복한 착각으로 인해 발생한 세로토닌이 내가 불안한 감정을 균형 있게 유지시켜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강식품이 어디 있겠습니까!


기분 좋은 착각, 나를 행복감에 젖게 한 착각으로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가 추천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우아한 와이너리에 있는 것처럼 마셔보았습니다. 그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맛있는 불고기를 요리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밥을 곁들인 불고기와 함께 와인을 즐기며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 환상'은 비록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상적인 인간 사고의 특징이며 때로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날 밤, 나는 그 와인을 열며 생각했습니다. 때로는 현실보다 착각이, 진실보다 환상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닐까?

모든 착각엔 이유가 있습니다. 나의 세로토닌, 행복한 착각이여! 자주 만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리의 문학 성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