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의 파리 서점과 문학의 숨결
파리의 심장부, 센(Seine) 강변에 자리 잡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노트르담(Notre-Dame) 대성당과 마주 보며 1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이 작은 서점은 단순한 책방이 아닌, 문학의 성지로 불리며 전 세계 문학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20세기 초반의 문학적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1919년, 미국인 실비아 비치(Sylvia Beach)가 문을 연 이래로 이곳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와 같은 20세기 문학의 거장들이 모여들던 사랑방이었다. 그들의 열정과 재능이 이 좁은 서점의 공기 속에 스며들어, 지금도 방문객들은 그 시대의 문학적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 출판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이 서점의 문학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여기서 잠깐!
실비아 비치(Sylvia Beach)는 1887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영문학자이자 서점 주인입니다. 1919년, 32세의 나이에 파리의 레프트뱅크에 영문학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열었습니다.
이 서점은 곧 20세기 최고의 작가들이 모이는 문학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T. 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등이 자주 방문했습니다.
비치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1922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출판한 것입니다. 당시 이 작품은 외설 논란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출판이 금지되었지만, 비치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초판을 발행했습니다.
1941년 나치의 파리 점령으로 서점 문을 닫을 때까지 비치의 서점은 20년 넘게 파리 예술가들의 살롱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파리에 머물며 문필 및 번역 일에 종사했고, 1959년에는 회고록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출간해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비치는 프랑스와 미국 간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1938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1959년에는 버팔로 대학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1962년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먼지 냄새 섞인 책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빛바랜 책들이 빼곡히 들어찬 나무 선반들, 그 사이로 보이는 작가들의 흑백 사진들. 오래된 타자기가 놓인 책상 앞에 앉으니,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이곳은 단순한 서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세기 초반, 이곳은 유명 및 무명 작가들의 사랑방이자 문학의 산실이었다[1].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T.S. 엘리엇(T.S. Eliot)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이 이곳에서 교류했다.
프랑수아즈 사강(Françoise Sagan)과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사진을 보는 순간,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나에게는 친숙한 느낌과 동시에 아주 가까운 지인을 만나듯이 매우 반가웠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젊은 시절의 사진과 그가 쓴 악보와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모습은 반가운 이웃을 만나듯 행복했다.
무엇보다 세느(Seine) 강과 노트르담을 바라보면서 글을 쓴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창가를 마주한 곳에 앉아서 탁탁 타자기를 두드려봤다. 이런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면서 글을 쓴다면 얼마나 멋진 글이 나올 것인가? 이렇게 운치 있고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과 강을 바라보면서 글을 썼으니, 이토록 멋진 글이 나왔나 보구나? 하는 생각도 하였다.
한참동안 타자기가 놓인 책상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일어나서 그들이 즐겨 이용했다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카페(Café de la Librairie Shakespeare and Company)에 들렀다. 일반 카페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오히려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셰익스피어 카페! 그 소박하고 초라함에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옛 문학가와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카푸치노(Cappuccino) 한 잔과 마차(Matcha) 초콜릿 쿠키 하나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감상했다. 노상에 차려진 책방과 화가들의 그림들, 어디선가 흥겹게 들려오는 아코디언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여행 작가로서 이곳에 앉아 있는 행복한 착각 속에 몇 분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더욱더 강한 소망과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나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 에세이 작가가 꼭 될 거야. 그들에게 기쁨과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작가가 되어야지! 이렇게 다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