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 그리워하다 튀니지 요리에 빠지다.
튀니지의 뜨거운 태양 아래, 은빛으로 반짝이는 올리브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이 작은 열매가 내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몰랐다. 한국에서 온 갓 부임한 한국어 강사로서, 나는 낯선 땅에서의 적응을 위해 고국의 맛을 가득 담은 여행 가방을 끌고 왔다.
처음 튀니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치 보물 상자를 여는 듯한 설렘으로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한국의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모든 것들이 가득했다. 참기름, 된장,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참깨, 들기름, 김, 마른 미역, 새우젓갈, 액젓 등... 이 익숙한 향신료들이 내게는 안전한 피난처 같았다. 마치 고향의 일부를 이 낯선 땅으로 가져온 듯한 안도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의 한국 직원들 덕분에 고향의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대량으로 수입한 한국 식품들 덕에, 나는 한동안 한국 음식을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필요한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이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 직원들이 하나둘 고국으로 돌아가고, 회사에서도 더 이상 한국 식품을 대량으로 수입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게 우리 집 냉장고와 냉동고에 가득 차 있던 한국 음식 재료들도 조금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계속해서 한국 음식만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현지 음식으로 눈을 돌릴 것인가. 처음에는 북아프리카 현지인 음식이 너무나 생소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나와 딸은 여전히 한국 음식만을 찾았고, 현지 음식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망설였다.
그때 주변 교민들이 가장 먼저 권한 것이 바로 올리브였다. "올리브를 한번 드셔보세요." 그들의 권유가 귓가에 맴돌았다. 처음엔 망설였다. 한국에서 올리브를 접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식탁 위에 항상 놓여있는 올리브, 피자 위에 올려진 올리브, 샐러드에 뿌려진 올리브 오일... 마치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올리브는 튀니지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북아프리카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내 눈에 띄는 것은 올리브가 거의 모든 음식에 빠지지 않고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사 시간에 우리나라의 반찬처럼 언제나 식탁에 놓이는 것이 올리브나 올리브 오일이었고, 피자나 프리카세(Frikkase), 카프테지(Cafteji), 샐러드 등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였다.
주변의 권유와 올리브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마침내 올리브를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초록빛 올리브를 입에 넣었을 때의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 가득 고소한 향이 퍼졌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졌다. 한 개, 두 개... 어느새 나는 올리브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의 식탁에도 올리브가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 되었다.
시장에 가면 다양한 올리브 요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양념된 올리브, 씨 있는 올리브, 씨 없는 올리브, 초록색 올리브, 포도처럼 검은빛깔의 올리브까지. 튀니지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올리브를 요리해 먹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샐러드에, 피자에,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올리브를 곁들이기 시작했다.
올리브 오일은 특히 샐러드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튀니지 사람들은 샐러드를 먹을 때 반드시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었다. 나는 원래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올리브 오일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튀니지에 살고 있는 다른 교민들은 대부분 다른 양념과 섞어 올리브 오일을 샐러드에 뿌려 먹었다.
어느 날,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한 명이 특별한 선물을 가져왔다.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시골에서 올리브 농사를 짓는다고 했는데, 그분이 직접 짠 올리브 오일 한 병을 선물로 주었다. "선생님, 매일 한 수저씩 드세요. 장수할 거예요!" 그녀의 밝은 미소와 함께 건네받은 그 병은 마치 튀니지의 정을 담은 듯했다.
처음엔 기름을 그대로 먹는다는 생각에 망설여졌지만, 한 수저 떠먹어보니 그 고소함과 진한 맛이 혀끝을 감쌌다.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깊은 맛이었다. 100% 수제로 만든 이 오일은 더욱 고소하고 맛도 진하고 강했다. 학생의 정성을 생각해서 매일 아침 한 수저씩 먹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올리브의 나라에 살면서, 물가가 저렴해 마음껏 올리브를 사다 먹어도 경제적 부담이 없었다. 또한 모든 요리에 식용유 대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금 살고 있는 파리에서는 올리브가 너무나 비싸다. 마트에서 올리브를 볼 때마다 먹고 싶고 사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가끔씩 가계부의 지출 비용 걱정 없이 마음껏, 언제든지 사다 먹었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올리브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튀니지 음식에 매료된 것은 바로 슈와르마(Shawarma)였다. 이 음식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었다. 커다란 꼬챙이에 층층이 쌓인 고기가 천천히 돌아가며 구워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고기의 겉면이 익으면 긴 칼로 얇게 썰어내어 빵(주로 피타 빵)에 넣고 다양한 재료와 함께 말아 먹는다.
슈와르마에 사용되는 고기는 주로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칠면조 등이었으며, 여기에 피클, 토마토, 양파, 양상추, 감자튀김과 하리사와 같은 매운 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처음 먹었을 때부터 그 맛에 완전히 매료되어, 지금 파리에 살면서도 이 음식을 자주 찾아 먹는다. 터키나 레바논 같은 아랍 식당을 지날 때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이 문을 열고 들어가 튀니지에서 자주 먹었던 케밥(튀니지에서는 케프타지라고 부르는, 야채와 고기를 볶아 만든 요리로 전통 빵인 듀럼 밀 빵과 함께 먹는다)과 함께 주문을 하곤 한다.
올리브를 비롯해 케프타지나 슈와르마 같은 음식 덕분에 튀니지 생활하는 동안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된장국이나 미역국같이 이 나라에 없는 재료 때문에 만들지 못하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점점 튀니지 음식에 적응해 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은 음식이 바로 쿠스쿠스였다. 이 음식은 내 튀니지 생활의 상징과도 같았다. 식당에 갈 때마다 쿠스쿠스를 사 먹었는데, 자주 먹다 보니 현지 음식을 하나라도 배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평소 우리 집에 1주일에 2-3번 오시는 현지인 아주머니에게 쿠스쿠스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렸다.
아주머니의 지도 아래, 나는 쿠스쿠스, 올리브 오일, 닭고기나 양고기, 당근, 호박, 양파, 양배추, 감자, 고추, 병아리콩, 향신료(커민, 고수, 후추), 토마토 소스, 하리사(튀니지 고추 양념) 등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함께 튀니지의 대표적인 요리인 쿠스쿠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마치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먼저 병아리콩을 물에 담가 불린 후 1시간 정도 삶았다. 그리고 큰 그릇에 쿠스쿠스를 넣고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손으로 비벼 알갱이가 고르게 뭉치도록 했다. 큰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하리사와 토마토 소스를 풀어 물과 함께 끓였다.
육수에 고기를 넣어 익히다가 채소들(양배추, 호박, 고추, 감자, 양파, 토마토)을 차례로 넣고 끓였다. 마지막에 삶은 병아리콩을 추가했다. 2층 찜기의 윗부분에 불린 쿠스쿠스를 넣고, 아랫부분에는 고기와 채소가 끓고 있는 육수를 넣어 함께 쪘다. 육수의 간을 보며 소금이나 향신료로 기호에 맞게 조절했다. 쿠스쿠스가 익으면 큰 그릇에 옮겨 담고 육수를 조금 뿌려 촉촉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접시에 쿠스쿠스를 담고 그 위에 고기, 채소, 병아리콩을 올려 장식했다.
아주머니와 함께 만든 쿠스쿠스는 정말 맛있었다. 그날 온 가족은 쿠스쿠스와 올리브 요리로 푸짐한 튀니지 요리를 배불리 먹었다. 이 경험은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튀니지의 문화와 전통을 몸소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튀니지에 사는 동안 음식 때문에 고생한 기억은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먹고 더 풍성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파리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가끔씩 쿠스쿠스를 먹는다. 또 파리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튀니지 음식은 나와 가족의 입맛에 잘 맞았고, 지금도 그 맛을 그리워한다.
튀니지는 나에게 올리브의 맛을 알게 해준 나라, 슈와르마와 쿠스쿠스의 풍미를 발견하게 한 나라이다. 단순히 새로운 문화를 경험한 것을 넘어서, 새로운 음식 문화를 통해 삶의 폭을 넓혀준 곳이다. 이 경험들은 내 안에 깊이 새겨져, 지금도 나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튀니지에서 보낸 시간은 음식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맛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점차 새로운 맛을 받아들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이제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이야기이자, 일상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