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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이야기 18: 라마단 기간, 우리 가족의 적응기

튀니지에서 경험한 라마단과 이슬람 문화

by Selly 정

북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은 이슬람국가가 많다. 이슬람 국가는 우리나라와 문화면에서 많이 다르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라마단이라는 금식기간이다.

처음에는 라마단기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어느날 낮에 시장을 보려고 나가니 모든 상점이 문을 열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열린 상점을 찾아 돌아다녀보아도 모든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았다. 이상하다? 왜 상점들이 문을 닫았지? 오늘 무슨 날인가? 어떡하지? 지금 나는 물도 사야하고, 과일도 사야하고, 요리할 야채도 사야하는데, 언제 문을 열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아침에 한번, 낮에 한번, 오후에 한번 이렇게 3번 이상을 밖에 나가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아무런 가게도 문을 열지 않았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니, "라마단 기간인가보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날짜를 확인해 보고, 회사 직원들에게 물어본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얼마후 전화가 왔다. '오늘부터 라마단이 시작이 된데, 그러니, 이따 밤에 시장을 보러 가요. 아마 해가 지면 가게들이 다 문을 열거야. 지금은 그냥 집에 있는 것만 먹으세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라마단이라고? 그게 뭐지? 나는 튀니지에 올 때 사실 북아프리카, 즉 이슬람문화나 무슬림 문화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 않았다. 남편에게 예전에 들었지만 한국 생활하면서 무슬림 문화에 대해 잊고 살았다. 그래서 다시한번 라마단에 대해서 지인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특히 튀니지 라마단의 문화는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오랫동안 이곳에 살고 있던 지인은 내게 자세하게 튀니지 라마단 문화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이 나라에 살 때는 이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외국인으로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과의 전화 내용은 이러했다:

집사님: "아, 라마단이 궁금하군요. 라마단은 이슬람교의 중요한 성월이에요. 매년 이슬람력 9월에 시작되는데, 올해는 오늘부터 시작된것 같아요."

나: "아, 그렇군요. 그런데 라마단 기간에는 뭘 하나요?"

집사님: "라마단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금식을 해요. 음식뿐만 아니라 물도 마시지 않고, 흡연이나 부부관계도 금지돼요."

나: "와, 그렇게 엄격하군요. 모든 사람이 다 금식을 해야 하나요?"

집사님: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다 하는 건 아니에요. 노약자, 임산부, 생리 중인 여성, 병자 등은 금식에서 제외돼요. 또 일부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금식을 하지 않을 수 있어요."

나: "그렇군요. 그럼 해가 지면 어떻게 되나요?"

집사님: "해가 지면 '이프타르'라고 불리는 시간이 시작돼요. 이때 가족, 친지, 이웃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해요. 보통 물이나 대추야자로 가볍게 시작해서 본격적인 식사를 즐기죠."

나: "재미있네요. 그럼 라마단이 끝나면 뭔가 특별한 행사가 있나요?"

집사님: "네, 라마단이 끝나면 '이드 알피트르'라는 축제가 열려요. '금식을 끝내는 축제'라는 뜻인데, 보통 3일 정도 지속돼요.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축하하는 시간을 가져요."

나: "와, 정말 특별한 문화네요. 튀니지에서는 어떤 모습인가요?"

집사님: "튀니지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거리가 매우 활기차답니다. 해가 지면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해요. 다만 이 시기에는 물가가 오르는 편이에요. 평소보다 비싼 가격으로 특별 메뉴를 파는 식당들이 많아지거든요."

나: "정말 흥미롭네요. 라마단의 의미는 뭔가요?"

집사님: "라마단의 핵심은 자기 정화와 신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는 거예요. 금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체험해보는 의미가 있어요. 또 이 기간에 자선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나: "아, 그렇군요. 정말 깊이 있는 문화네요.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사님."

집사님: "천만에요. 라마단은 무슬림들에게 정말 특별한 시기예요. 전 세계 19억이 넘는 무슬림들이 이 기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 나누고 화합하는 모습이 참 놀랍죠!"

가까운 지인으로 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라마단 문화가 상당히 이해되었다.

그래서 나는 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에 시장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저녁에 밖에 나가보니 지인이 말한 것처럼 밤에 활기가 평소보다 더 넘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놀랐다.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웃음이 많아보였고, 외국인인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더욱 밝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인이 말한 것처럼 왠지 식료품가격들이 평소가격보다 더 높은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최고의 축제기간이면서 동시에 엄격한 금식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서 너그럽게 이해가 되었다. 물론 낮에는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에게 예의가 아니기에 매우 조심했다. 노란 택시를 탈때도 더욱 조심스러웠다. 봄이나 초 겨울에 라마단기간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심리도 그다지 예민하지 않지만, 한 여름, 정말 집사님이 이야기 한데로 40도가 넘는 기간에 라마단 금식기간이 되면 그들의 신경은 매우 예민해진다. 해 뜰때부터 해 질때까지 아무것도, 심지어 물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겠는가! 그래서 더욱더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조심스러워진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낮동안 택시 운전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기사님은 물을 마시는 모습도 보게 된다. 커다란 물병을 옆에 놓고 연신 마시는 모습을 볼 때 그들의 금욕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밤에는 정말 축제 분위기 그 자체다. 집집마다 고소하고 향기롭고 맛있는 냄새로 여기저기 풍겨져 나온다. 위층, 아랫층, 옆집등에서 밤 12시가 넘는 시간에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맛있는 음식냄새는 오히려 우리에게는 고역이 된다. 우리는 한 참 잠을 자야하는 시간에 그들은 이제사 맘껏 먹고 마시고 이야기 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라마단 기간에는 먹는 문화가 낮과 밤이 바뀌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라마단 기간에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일이다. 어떤 여학생이 물을 계속 마시는 것이다.

어떤 학생도 물을 마시지 않는데, 나는 매우 의아했다. 쉬는 시간에 그 여학생은 심지어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먹었다. 물론 교실 뒷편에 있는, 학생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먹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지금 라마단 기간인데, 너는 금식안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학생은 수줍게 말했다. "저는 지금 생리기간이에요."라고 했다.

아, 그제사 나는 이해가 되었다. 집사님이 말한것처럼 라마단 기간일지라도 금식이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편안하게 식사하라고 하면서 조용한 공간을 그녀에게 배려해 주었다.

라마단의 문화를 알기에 나는 수업시간에는 되도록 음식에 관한 수업을 자제하려고 했다.

어쩔수 없이 음식에 관련된 수업내용이 나오면 "여러분 어떡해요, 힘들지요?"하면서 함께 웃으면서 이 분위기를 얼른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전환해서 빨리 그 부분 학과를 지나가곤 했다.

"선생님, 괜찮아요. 저녁에 엄청 많이 먹으니까, 우리는 괜찮아요. 너무 우리를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학생들은 합창하듯이 나에게 말을 한다.

이처럼 때로는 라마단 기간으로 인해서 수업 시간이 오히려 교사와 학생사이에 재미있고 즐거운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라마단이 끝나고 맞이한 이드 알피트르'라는 3일간 이어진 이 축제는 한 달간의 금식을 끝낸 사람들의 기쁨과 해방감으로 가득했다.

3일간의 축제 기간이 되면 정말로 축제 그 자체가 된다. 모스크에서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새 옷을 입고 모여드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 아이들은 특히 들뜬 표정이었는데, 어른들에게 선물과 용돈을 받은 어린아이들은 동화속 공주같은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놀이터나 공터, 심지어 길가마다 온통 울긋불긋한 풍선들과 각종 판타스틱한 어린이용 선물로 가득채워진다. 또한 집집마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손님을 맞이했고, 이웃들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인사를 나눴다. "이드 무바라크!"라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는데, 알고 보니 '카크'라는 전통 과자를 만드는 냄새였다.

사람들은 그동안 자유롭게 먹지 못한 것에 대한 한 풀이라도 하듯이 사방팔방에서 옹기종기 삼삼오오 모여서 사람들이 먹는 모습으로 가득하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튀니지 전통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아아아~~~~~~' 흉내내기도 힘들다. 나는 이 소리는 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다시 가까운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녀의 설명은 이러했다.

저: "집사님, 튀니지에서 여자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아~~~~' 하고 내는 소리가 있잖아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집사님: "아, 그 소리 말씀이시군요. 그건 '유유' 또는 '자그루타'라고 불리는 소리예요. 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여성들이 기쁨이나 축하의 의미로 내는 소리에요."

저: "아, 그렇군요. 어떤 상황에서 주로 내나요?"

집사님: "보통 결혼식이나 출산, 졸업 같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많이 들을 수 있어요. 또 종교적인 축제나 국가적인 기념일에도 이 소리를 내기도 해요."

저: "그럼 슬픈 일에는 내지 않나요?"

집사님: "주로 기쁜 일에 내는 소리지만, 때로는 장례식 같은 슬픈 자리에서도 들을 수 있어요. 그때는 고인을 기리는 의미로 사용되죠."

저: "와, 정말 독특한 문화네요. 튀니지 여성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소리 같아요."

집사님: "맞아요. 이 소리는 튀니지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 국가들의 문화적 특징이기도 해요. 여성들의 감정 표현 방식 중 하나로, 그들의 목소리를 사회에서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죠."

저: "정말 흥미롭네요. 튀니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집사님."

집사님: "천만에요. 튀니지의 문화는 정말 다채롭고 흥미로워요. 이런 작은 부분들이 모여 튀니지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거죠."

집사님의 설명을 듣고나니, 여성들의 '아 ~~~~'하는 소리가 단순히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다. 라마단의 무사히 잘 끝냈다는 것을 축하한다'는 소리로 들려와서 나도 덩달아서 '그동안 수고하셨네요!'라고 그들을 축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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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에 밤 12시가 넘은 후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매우 궁금했다. 사람들의 말로는 매우 거나하게, 푸짐하게 먹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실제 경험을 하지 못했다. 학생들도, 또 심지어 주변 이웃들도 평상시에는 인사도 하고 웃으면서 말도 걸었는데, 아무도 나에게 라마단 기간의 먹는 식사자리에 초청을 안하는 것이었다. 학생들도 저녁에 먹는 라마단 기간 음식들을 자랑스럽게 사진으로 내게 보여주기만 할 뿐 초대하지는 않았다.

그 사진을 보면 정말 놀라웠다. 저녁에 이렇게 풍성하게 먹는다고? 그야말로 진수 성찬이 따로 없었다. 온갖 맛있는 튀니지 전통 음식들이 그곳에 다 있는 것 같았다. 음식을 주변으로 빙 둘러앉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과 풍성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저녁에 이렇게 많이 먹는답니다. 그래서 낮에 금식을 해도 괜찮아요. 선생님!'이라고 말이다. 혹시나 이중에 어떤 학생이 나를 자기집에 초대해줄까? 내심 기대해보지만 아무도 초청하지 않았다. 조금 아쉽고 섭섭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즈음, 딸이 그녀의 가족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터키출신의 딸의 단짝 친구였다. 이 친구는 우리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와 여동생도 한 번 우연히 만난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와 가까이 지내고 싶었으나, 엄마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되지 않으니,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 어렵다고 딸의 친구로부터 그 사정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매우 섭섭하고 아쉬웠지만, 나도 아랍어를 할 줄 모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결국 그 친구의 엄마와 친구가 되지 못했지만, 딸은 그 집에 아주 귀한 손님처럼 언제나 초대를 받아서 그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딸이 라마단 기간의 밤 식사문화에 초대 받아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정말 진수 성찬이었다. 튀니지 음식 터키 음식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딸이 이것은 튀니지 음식, 이것은 터키 음식이라고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키면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싸준 음식을 그날 저녁 밤 늦은 시간에 나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은 식성을 타고 났다. 왠만한 음식은 다 잘 먹는다. 이날 비로소 라마단 기간에 어떻게 음식을 먹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고, 나는 직접 그 맛과 종류를 경험할 수 있었다.

3일째 되는 마지막 축제기간에 도시 중심가는 더욱 활기찼다. 상점들은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했고, 거리 공연도 곳곳에서 열렸다. 저녁이 되자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사람들은 공원과 광장에 모여 이 장관을 감상했다. 시내는 축제의 열기와 기쁨으로 가득찼다.

라마단 기간과 이드 알피트르를 경험하며, 나는 튀니지 문화의 다층적인 면모를 목격했다. 이슬람교가 국교임에도 불구하고, 튀니지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튀니지의 문화는 마그레브 특성, 푼 문화의 흔적, 그리고 다민족적이고 서구적인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공존하는 언어 환경, 베르베르 전통이 남아있는 일상 생활, 그리고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문화적 특징들이 라마단 기간 동안에도 뚜렷이 드러났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튀니지 사람들이 종교적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삶과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라마단의 금식과 이드 알피트르의 축제는 그들의 신앙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튀니지가 단순히 이슬람 국가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수용하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해온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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