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과 문화 충격, 그리고 적응의 여정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나는 한국어 교사라는 새로운 모자를 쓰고 모험을 시작했다.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 이곳이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사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프리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나는 단순히 검은 피부의 사람들과 열악한 환경만을 상상했다. TV에서 본 그런 모습들이 떠올라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가득 찬 채 이곳에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공항에 발을 디디자마자 내 상상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바뀌었다. 눈앞에 펼쳐진 건 유럽과 중동의 특징이 묘하게 섞인 얼굴들이었다. 한국인보다 키가 크고 체격도 좋았으며, 얼굴 윤곽이 뚜렷했다. 그들의 모습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북아프리카 지역에 뿌리내린 한국 기업들의 존재였다. 그들이 여러 중동국가와 북아프리카에서 짓는 건물과 수도 공사와 같은 건설 현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현지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놓았다. 덕분에 튀니지사람들은 한국인들를 보면 환한 미소로 반겼고, 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곧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남성들이 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하던 일, 예를 들어 시장에서 물건 팔기, 식당에서 서빙하기, 계산대에 앉아있기 등을 여기서는 대부분 남성들이 하고 있었다.
심지어 시장을 보러 온 사람들도 대부분 남성이었다. 남성들이 야채를 고르고 봉지에 담아 차에 싣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지금도 그 광경이 생생하다. 우리 남편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시장 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여보, 오늘 저녁 장 좀 봐올래요?" 하고 부탁하면 "알았어" 하고 씩씩하게 나가는 모습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그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여성들은 대부분 히잡을 쓰고 있었다. 2016년 당시에는 많은 여성들, 특히 주부들과 아기 엄마들이 얼굴만 내놓은 채 온몸을 가리고 다녔다. 시간이 지나면서 복장이 조금씩 다양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활동의 주역은 남성들이었다. 운전하는 여성들도 꽤 많이 보였는데, 이는 경제활동과 일상생활 사이의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주었다.
인상 깊었던 건 10대 청소년들이 야채 가게에서 부모를 도와 물건을 정리하고 계산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를 보며 '아, 이렇게 어릴 때부터 실제 경제 활동을 경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이 이슬람권과 아랍권 사람들이 장사와 사업에 능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건 '시샤'라 불리는 물담배 문화였다. 남성들이 긴 담배대를 입에 물고 커피숍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참 새로웠다. 한낮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그들은 거기 앉아있었다. 옆으로 차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그들만의 여유로운 시간 활용법이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 남은 건 하루에 다섯 번씩 울려 퍼지는 모스크의 소리였다. 그 소리가 들리면 지나가던 사람들도 길가에 앉아 기도를 했다. 어떤 이는 천을 깔고, 어떤 이는 그냥 땅바닥에 엎드려 기도했다. '알라~'로 시작되는 그 소리가 처음엔 너무 낯설고 불편했지만, 점차 이 도시의 독특한 리듬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광경들을 보며 '아, 이게 이슬람 문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로 하나 된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런 모습들이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며, 나는 이슬람 문화와 튀니지의 무슬림 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마침 오랫동안 이슬람 문화권에서 활동한 지인이 있어 물어보았다.
"선생님, 이슬람 문화에 대해 좀 설명해주세요."
"물론이죠. 이슬람은 7세기에 시작된 종교예요. 튀니지에는 그때 아랍인들이 들어오면서 퍼졌어요. 여성들이 히잡을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알라의 가르침을 따르는 거고, 정숙함을 지키려는 거예요. 또 자신의 믿음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성 역할의 구분은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하루에 5번 기도하는 건 '살라'라고 해요. 이건 이슬람의 중요한 실천 중 하나예요. 알라에게 감사하고 믿음을 표현하는 거죠. 튀니지 이슬람은 좀 특별해요. 다른 나라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에요. 다른 종교도 존중하는 편이에요. 이슬람은 단순한 종교가 아니에요. 삶의 방식이고 문화예요. 일상의 모든 면에 영향을 줘요."
이 설명을 듣고 나니 튀니지 문화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제는 시장에서 남성들을 만나도 자연스럽게 인사하게 되었고, 식당이나 은행, 마트, 옷가게에서 남성 직원들을 봐도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하루에 다섯 번 들리는 모스크의 소리도 이제는 이 도시의 독특한 음악처럼 들리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튀니지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점점 익숙해져 갔다. 나의 생활 속에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나의 문화를 존중했기에, 나도 기꺼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이었다.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부터 비로소 그 안에서의 삶이 더 이상 어렵지 않고 나름 재미있게 즐겁게 생활하는 방법과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러나 인간이 추구하고 바라는 내면의 속성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인간으로서 서로가 지켜야 할 예의의 범주 안에서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되었다.
튀니지가 100년 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100년이 지났음에도 프랑스식 문화보다 여전히 그들의 종교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생활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이를 통해 이슬람 문화가 얼마나 그들의 삶 속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아름다움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적 이해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도 가끔 튀니지의 거리를 걸었던 때를 떠올린다. 모스크에서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 시장의 활기찬 모습, 카페에서 시샤를 즐기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 추억들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