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의 열매가 맺힌다.

by 최지안

" 더 이상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



내가 어떤 영향력도 없는 사람이니까

내가 성공한 사람이 아니니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니까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거겠지?




작년에 옆 동네로 치과치료를 갔다가

치과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안부도 묻고 싶고

시간이 맞는다면 잠깐 보고 싶기도 했다.



콜백은 해주지 않더니

" 무슨 일이야? " 라며

답장이 왔다.



무슨 일은 없지만 그냥 지나가다가

생각이 나서 얼굴이 보고 싶었어.

라고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 나 지금 친정인데 다음 치과진료

시간이 맞으면 보자. "

친구가 대답했다.



다음 치과진료일이 잡히자

나는 미리 날짜를 알려주고

시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 그날 연락해 만날 수 있으면 만나자"



미적지근한 대답이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동갑내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바쁘겠지..



치료진료 당일 다시 연락해 보니

내가 한 말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사소하고 미묘한 느낌이었지만

나는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인

그런 사람이었다.



자격지심인가?

기분이 나빴지만

속으로 삭이고 넘어갔다.



1,2주 정도 지났을까?

우연히 내 카톡을 보던

남편이 내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 너 00이랑 연락하지 마

얘는 너랑 연락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났다.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동갑내기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코로나 이전에는 연락도 하고

가끔 만났다.



코로나 이후 서로 연락도 안 하고

만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 친구 입장에서 나라는 사람은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친구 같았다.



이런 식으로 자존심의 딱지가

생긴 사건들이 꽤 있다.



피해의식 자격지심이

있기도 하다.



조용히

혼자 인간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기도 했다.



" 두고 봐 나중에 나한테 연락해도

내가 안 만날 거야 "



유치하지만 쿨하지 못한 나는

소심한 복수를 계획하곤 한다.



어제 우연히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듣다가 내 상태가 어떤지

진단을 할 수 있었다.



" 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의 열매가 맺힌다"




난 아직 자존심의 꽃이

떨어지지 않았구나.



그래서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인격의 열매가 맺히지 못한 거구나!



너그러운 마음

포용하는 마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이해하는 마음.



너그러운 척

포용하는 척

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마음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존심 상하니까

굳이 따져 묻지 않고

넘어간 적은 많았다.



" 네가 싫으면 나도 싫어 "

라는 식으로 먼저 손절해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너그러움과 여유는 내 안에 없었다.



옹졸하고 비겁하게

내 안에서 시끄러운

마음 하나 잠재우지 못해서

요란을 떨었구나...



시간이 지나서 자존심의 꽃이

떨어지고 나면

'기분 나쁨'이라는 벌레는

꼬이지 않겠지.



거절당해도 상처받지 않고

거부당해도 상처받지 않는

굳건한 인격이 되고 싶다.



시간이 걸리겠지.

자존심의 꽃이 떨어져

인격의 열매가 맺히는

그날까지

이전 03화화살을 맞고도 깨닫지 못하면 그냥 악역이라고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