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살을 뽑고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표현한다. "
" 화살을 뽑고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표현한다. "
오늘의 명언이다.
며칠 감기기운이 있어 낮에 잠깐 자고
일어나 보니 상담사님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작년 초 심리상담을 받았던 상담사님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중간에 연락이 끊겼다가
심리상담 과정을 마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 분이다.
10회기를 진행하기로 하고 상담료 얘기가 나왔을 때 부담 갖지 말라며 한마디 하신다.
" 상담료 생각하지 말고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도 돈은 내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그만큼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 하셨다.
몇 달간의 상담이 끝나고 나서는 꾸준히 연락이 오신다.
힘든 일은 없는지 근황을 물어주시고 살뜰하게 마음을 살펴주신다.
" 오늘은 내가 위로를 많이 받네."
상담사님의 힘든 부분도 가끔 공유를 해주신다. 우리는 꽤나 개인적인
부분까지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 자기표현하니까 행복해요 "상담사님께서도 나처럼 자기표현을
못하는 부분 때문에 상담공부를 시작하셨다.
최근 부탁받은 일이 하나 있었는데 거절했다고 하셨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오케이 했을 텐데 요즘에는 거절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제안이 들어왔을 때
" 생각해 볼게요."라는 말을 해야 하는 거라며 어떤 제안이든 신중해야 함을 알려주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마음이 여린 사람들에게는
" 생각해 볼게요."라는 말도 어려울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말을 못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너무 설득을 잘 당한다는 것이다.
"상담사님 우리는 순수하다는 부분에 있어서 비슷한 거 같아요.
곧이곧대로 사람의 말을 믿어버리잖아요. 그리고 주위에서
어떤 조언을 해줘도 그 사람의 진실됨을 느껴버리면 들리지도 않고요."
우리는 비슷한 점도 많다. 때가 덜 묻은 건지 순수한 건지
순간적으로 설득당해서 끌려다니기 일쑤다.
" 상담사님 저는 이번에 확실히 깨달은 게 있어요."
" 뭔데요?"
" 제가 패턴이 있더라고요. 이번에 쇼핑몰 사건을 통해서 알았어요.
저도 모르게 불쌍해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사람은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겠거니 매번 기대하는 것 같아요. "
" 알아차려서 다행이에요~"
상담사님은 최근 마음의 엉킴을 풀어내는 공부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역할극을 통해 마음의 엉킴을 풀어내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하셨다.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서 한풀이를 하는 과정인 것 같았다.
역할극을 지켜보면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엉킴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발견한다고 하신다.
상담사님이 말씀하신다.
" 그 역할극을 보면서 그 얘기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얘기 같았어요.
각자의 고민은 다르지만 마음속 욕구는 비슷한 것 같아요. "
역할극에서 한 소녀는 외치고 있었다.
" 화살을 뽑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표현한다. "
그 화살은 마음속에 있는 화살이다.
이제는 당당하게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자기 고백이었다.
나는 안다. 그 화살을 마구 뽑으면 안 되겠지만
빼야 할 때는 당당히 뽑아서 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마음의 쏘지 못한 마음의 화살이 있다. 언제 어떻게 쏴야 할지를
모를 뿐이다. 그 화살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기도 한다.
https://brunch.co.kr/@d4d1d8da021742e/17
나 같은 경우 쇼핑몰 사건을 겪으면서 한 가지 더 느낀 점이 있다면
그때그때 날카롭게 지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나를 알아줄 거라는 안일함 때문에 참고 참다가 나중에
한 번에 화살을 쏟아버렸다.
로빈후드처럼 당당하게 화살을 쏴야겠지만 그 사람의 심장을 관통하고 싶지는 않다.
그 사람 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맞출 수 있는 명사수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는 억울함을 쏟아내고 비난하기 바빴지만
나의 화살이 그 사람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관통한다면 아찔한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머리 위에 사과는 '내가 너의 가족이라면?'이라는 물음이다.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질문은 아니겠지만
관계에 있어서 이런 물음은 상대의 양심을 찌르는 가장 좋은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원들에게 막 대하고 막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통화연결음
" 지금 상담받는 상담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음성메시지처럼 말이다.
신랑이 몇 년 전 제빵사로 있을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장사가 잘 되는 빵집이어서 원래 제빵사 2명이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주방보조를 뽑아주겠다고 하셨고
주방보조가 뽑히자 빵집 사장님이 신랑에게 했던 말이 있다.
그 소리를 듣고 신랑은 생각했다고 한다.
" 내가 사장님 가족이 아니라는 그동안 이렇게 대우하셨구나."
우리 모두는 가슴속에 화살을 품고 산다.
그걸 언제 뽑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두는 사람도 있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표현하자.
어떤 관계에서 어떤 표현이 정답이라는 답안지는 없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양심의 사과를 관통시키자.
그 화살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악역이었다고 생각하자.
악역을 통해 깨닫는 바가 있고 성장했다면 그것도 좋은 것이다.
난 당당하고 정당하게 나의 화살을 쏠뿐이다.
* 오늘 통화 내용의 일부를 글로 쓰면 좋겠다는 상담사님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타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