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정 다 드러내지 마라.

by 최지안

" 난 알바면접 볼 때 그렇게 얘기 안 해 "

5년 전 집 앞 빵집 알바에서

만난 언니가 조언을 해주었다.



" 남편이 돈은 잘 버는데

아이들도 크고 집에서 심심해서

아르바이트하고 싶다"



난 이렇게 얘기했어.



" 돈이 필요해서 알바

시작했다고 하면 안 돼. "



생각해 봐

너는 돈이 간절한

사람이기 때문에

좀 막대해도

쉽게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거란 말이야.



사장님이 너한테 대하는 태도랑

나한테 대하는 태도랑 비교해 봐.



난 사장님에게도 손님들에게도

굽실대는 스타일이다.

친절함을 넘어서

안 시키는 일도 한다.



" 지안아, 그렇게 일하면

나중에 그게 당연한 줄 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들이 해준 조언이

50%는 맞고 50%는 틀리다.



그리고 상황과 사람에 따라

또 다르다.



사람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장님이라면

정성을 쏟아 일하는

부분을 알아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더 시키려고 하는 것이 맞다.



5년 전 면접을

봤을 때 사장님이 물었다.



" 새댁은 왜 아르바이트하려고 해? "



" 신랑 외벌이로는 요즘

힘들잖아요."라고

솔직히 얘기했고



어디 사냐고 물어보고

시댁은 어디냐고 물어봤을 때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물론 한 번에 물어본 내용은

아니었지만 차근차근

내 사정을 얘기하게 되었다.



" 시집이랑 어떻게 같이 살아

젊은 사람이 대단하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어서 그런지 착한 새댁으로

비치는 게 좋았다.



" 아직 둘이 살만한 집을

마련하지 못해서

당분간은 같이 살아요~"

라고 얘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 새댁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네 "

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추가근무나

주말근무를 권유할 때

내가 1순위였고



" 돈 벌어야 하지 않냐"

" 빨리 돈 벌어서 분가해야지 "

라는 이유로 당연하다는 듯

스케쥴을 늘리거나

필요할 때 부르곤 했다.



요즘은 이렇게 자세히

물어보는 사장님은 없겠지만

자기 사정을 다 드러내서

좋을 건 없다.


안쓰럽게 생각하기는 커녕

만만하게 보기 쉽다.


분가 바로 직전에

닭강정 집에서

닭 튀기는 일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사하면서 살림살이

장만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어렵다는 걸 아셨다.



" 204동 앞에 쓸만한대도

누가 버린 장롱이 있더라"



좋은 정보를 많이

알려주셨다.



닭강정 집 사장님은

살뜰히 잘 챙겨주셨지만

가끔 챙겨 주셨던

옷들은 받아보면

자존심이 상했다.



" 내가 애기엄마 줄라고 옷 좀 챙겼어 "

챙겨주신 옷들은 입다가 못 입는 옷들이었다.



대부분이 입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성격이 털털해서 웬만하면

아이옷도 얻어 입히는 편이지만

주시는 옷들은 버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씁쓸했다.






쇼호스트를 시작하면서

또 같은 일을 겪었다.



모바일 쇼호스트로

데뷔하려면 반드시

쇼호스트 학원이 필요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400~500만 원

하는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쇼호스트를 하면서

자기 쇼핑몰을

운영하시는 분이 있어서

방송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 내 쇼핑몰에서 50회

방송 횟수를 채우면 에이젼시

까지 연결해 줄게요

내 쇼핑몰에서 방송해 봐요 "



그분은 외부방송을

하면서 자기 쇼핑몰

방송은 거의 하지 않는

상태였다.



쇼핑몰 상태를 보니

왜 나한테 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쇼핑몰이 등급도 낮고

직접 방송하기에는

물건도 마음에 안 드니

나 같은 초보한테 맡기기에는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나에게

방송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생각만 했다.



50회가 가까이 되자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모든 게 보였다.



나에게 방송 맡기면서

쇼핑몰이 성장하니까

사장님 입장에서는



" 초보에게 기회도 주면서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어서 좋았겠지? "



초보이기 때문에

방송당 페이를 주는 것도

아니고 판매 수수료를

주는 것이라서 부담도 없었을 것이다.



2달 넘게 방송하면서

받은 정산금이 15만원 이었으니까



그마저도 샘플비용으로 다 나갔다.




유튜브에 출현해서

어려웠던 과거에 대해

고백하는 모습을 보고

진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디 사는지

남편은 뭐하는지 물어보셔서

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번에는 조금 불쌍한 모습이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업체를 소개해

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전화로 따져 물었을 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았다.



내가 쇼핑몰에서

50회만 방송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50회만 방송할 줄은 몰랐다니?

그 말이 더 충격이었다.



먼저 방송 횟수를 제안한 건

당신 인대?



조건을 더 좋게

제시해 주지도 않고

지금처럼 무료봉사

수준으로 계속하라고?



기약 없이 방송시켜도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투자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니까 방송 횟수라도

왕창 만들어 주면서

날 도와주려고 했나?




지난번 글에도 썼지만

쇼핑몰은 성장했다.

사장님 입으로도 말했다.



" 수면양말 방송 대박이예요 "


" 지안 님이 방송 못했으면

주위에서 보고 뭐라 했을 텐데

그동안 정말 잘하셨어요 "



하지만

아직 내 수준이

다른 업체를 연결해 줄 만한

퀄리티가 아니라고 했다.



그 퀄리티가

제품에서 나온다는 걸

본인이 얘기해 놓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업체에

연결시켜 줄 생각이 있었다면

그렇게 허접한 물건들로만

방송을 시키면 안 되는 거였네...







쇼호스트는

방송할 때

파는 물건이 제일 중요해요.



물건이 좋아야 해요

그렇게 얘기해 주셨는데...



내가 판매하는

물건들은 가격경쟁도

안되고 브랜드도 없고

질적으로도 승부가 안 되는 제품이었다.



초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물건이 안 좋아서

사주고 싶어도 못 사겠다고 할 때도

그러려니~넘어갔다.



지금 와서 보니

자기는 방송 안 하는

제품을 나에게 시킨 게

눈에 보였다.



닭강정집 사장님이

못 입는 옷을

주신 느낌이었다.






자격지심에 생각해 본다.

내가 투자할 능력이 없어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걸까?



5년 전 빵집 알바

언니 말처럼

나의 간절함을

비추면 안 되는 거였을까?



내 간절한 모습을 보고

오히려 어떻게 대해도

다 받아들일 사람으로

보인 건가?



자기 사정 다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돈이 없어도

티 내지 말고



열정이 있어도

불태울 거라는

티 내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 그 불을 연료 삼아

자기 따뜻함만 채울 것이다.



실력이 검증되기 전 까지는

애송이 상태인

나를 단단하게 보호하자.



누군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헤쳐나가는 게 빠를 것이다.



애송이의 무용담은

독이 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무용담은 약이 된다.



어떤 상태에서 나를 드러내지가

중요하다.




일전에 유튜버 풍자가

방송에 나와한 말이 있다.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너무 안 좋았는데

그때 주위에서

불쌍하다고 음식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었다고...



" 먹으려고 보면

곰팡이가 피어 있었어요."



어떻게 그런 인간이

있을 수 있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사정 다 드러내지 마라



누군가 당신에게

불쌍하다는 마음으로

못 먹는 음식

못 입는 옷을

던져 줄 수도 있다.




이번에는

못 입는 옷이라도

곰팡이 핀 음식이라도

억지로 입어보려

곰팡이 걷어내고 먹어보려 했다.



아무리 퀄리티 없는

물건방송이라도

이력서를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력서 쓰면서 느낌이

싸하길래

쇼핑몰을 들어가 봤더니

내가 방송한 영상이

반이나 삭제되어 있었다.



화가 나서 따져 물었다.

" 저한테 말이라도 하고

지우셨어야죠 "



에이젼시 소개는 고사하고

다른 곳에 이력서도

못 돌리게 하고 있었다.



곰팡이 핀 음식마저도

뺏기는 기분이었다.



" 댓글이랑 하트 없는 거

정리하고 있었어요 "



" 어차피 이력서 넣어도

일일이 확인 안 해요

필요한 부분만 녹화해 두세요 "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젠장, 곰팡이 핀 빵이라도

도려내고 먹어보려 했더니

그것마저도 가져가 버리다니.




생각 끝에 카톡을 보냈다.

어차피 썩은 음식 억지로 먹지 말자

배탈만 난다 싶었다.



" 그냥 다 지워주세요

어차피 이력서에 넣어봤자

소용도 없겠네요 "



순식간에 내 영상을

다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기가 찼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에

그 사람도 기분은 나쁘겠지 싶다.

썩은 빵이라도

나를 생각해서 준 거니까


그래서 애초에

그런 입장이 되면 안 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쓰레기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테니까


마지막으로 사장님에게 덧붙였다.

" 사장님 딸이 이런일 당했으면

어떠실 것 같아요?"


내 자식 못 먹이는거 남주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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