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선 4자 토론(2월3일)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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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전문 행정가 패션으로 토론에 나섰다. 넥타이도 솔리드 한 파란색이 아닌 옅은 무늬로 희석시켜 채도를 떨어뜨렸다. 중도 또는 스윙보터들을 의식한 선택이다.
윤석열도 비슷했다. 넥타이가 샛 빨강이 아니었다. 가라앉아 있던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예쁘게 가르마를 타서 안정감 있게 세워 올렸고, 낯빛도 밝아 보였다. 강성 발언을 쏟아낼 때와는 다른 포근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토론 시작부터 요란한 기침소리의 주인공이 된 것으로 보아 아직은 준비가 덜 된 듯한 느낌이다.
두 후보 모두 균형과 안정을 추구하고 불투명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선택했다.
안철수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었고, 빨강 타이를 매고 있어서 오히려 국민의 힘 후보처럼 보였다. 윤석열의 지지층을 교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표정마저도 매우 진진하게 유지했다. 전형적인 보수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다.
정의당 후보 심상정은 파운데이션을 너무 두텁게 발랐는지 얼굴 모습이 왜곡되어 보일 정도였고, 눈을 크게 보이기 위해 바른 아이라인이 너무 짙었다. 빨간 루주로 입술을 부각한 이유는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 젊은 여성들의 표를 의식한 것일까? 노란색, 연녹색에 빨간색으로 패션을 완성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온화와 조화의 이미지를 보이기 위한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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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제와 민생을 언급했다. 자신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라는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했다. 사이다 발언은 없었고, 이렇다 할 실수도 없었다. 부자 몸조심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사납고 매서운 이미지를 축소시키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성 지지자들에게는 실망스러웠을 수 있다. 그러나 외연 확장 시도는 주목할만하다. 대장동 이슈를 꺼낸 상대 후보들에게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토론으로 국민들이 제공한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라면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타 후보들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듯한 태도와 표정, 절제된 동작은 오랜 연습의 결과로 보인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굳히기 위한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답답했을 것이다.
윤석열
잠깐씩 뉴스나 SNS에 노출될 때마다 안하무인인 듯 돌발적이고 무례한 모습을 보이던 몇 주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오랜 동안 절제와 자제를 실천한 듯 보였고 논쟁거리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한 것 같다.
낮빛은 후보들 중 제일 환했다. 관상 보기를 좋아하는 유권자들이 많을 수 있는 60대 이상 어른들에게는 표정과 인상이 좋은 요소로 작용한다.
국정감사, 검찰 수사, 언론 취재로 탈탈 털린 이재명을 다시 대장동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아쉬웠다. 이러한 퇴행적 질문 대신 다른 이슈에 집중하는 편을 선택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계속적인 대장동 공격이 역공을 부르긴 했지만, 윤석열은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고무적인 모습이다.
당내 경선 때와는 달리, 되도록 규칙을 지키면서 젊잖게 토론에 임했다. 자신의 공약을 좀 더 깊이 있고 섬세하게 파악하고, 마뜩지 않을 때 짓는 미소는 좀 더 연습을 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할 듯하다.
안철수
4차 산업과 관련 있는 과학 이슈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냈다. 이재명은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안철수를 언급하며 과학자 프레임을 씌우는 테크닉을 발휘했다.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과 다소 느린 듯한 말 속도는 시청자들에게 호도, 불호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긴장한 어린이 과학자가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태도가 진정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인상적인 토론자로 각인됐을 것이다.
심상정
박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사용언어와 말투, 주장하는 내용이 이미 십 년도 더 전부터 그에게 듣고 봐 왔던 것들이다. 용도 폐기를 앞두고 있는 언어를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낙수효과나 파이의 크기를 운운하면서 상대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으로 보였다. 첨단 산업의 형태와 내용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중이고 노동의 모양과 질도 획기적으로 바뀐데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
또, 대장동 이슈를, 당시 성남시장의 잘 못된 사업 설계와 무능, 이 두 가지 프레임만을 씌워서 공격할 때는 답답했다. 모든 사건과 행위에 대한 이분법적 잣대, 즉 선과 악, 또는 옳고 그름, 특정 행위의 유무의 구도 안에서만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 행위 당사자들의 소명 기회 제공, 균형과 공정은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노동자 출신인 상대 후보를 비위혐의와 무능으로 공격해서는 이천만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지 않을까?
첫 토론은 탐색전이다. 상대방의 코피를 터뜨리고 눈탱이를 밤탱이로 만들면서 유혈이 낭자한 1라운드를 만들 수는 없다. 꾸준하면서도 정교한 잔펀치로 획득한 점수가 쌓여서 판정까지 가게 되는 지극히 어려운 선거전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회가 거듭할수록 후보들 모두는 발언의 강도와 수위를 높일 것이다.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고도의 토론 훈련이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진정성의 순도가 높은 후보에게 부동층의 표심이 쏠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