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애들레이드의 호텔에서 보름 동안 갇혀 지낸 일을 생각하면 집에서의 일주일은 격리도 아니다.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지내는 일은 사실 호사다.
대학교 입학했을 때 고전문학 교수에게 들은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들이 지금은 혈기가 왕성해서 차분하게 앉아 책 읽고 생각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 편안하게 앉아 책을 펴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진리를 깨우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30년도 더 전의 얘기가 이렇게 또렷이 기억이 나는 이유는, 어린 나이였지만 그 말을 듣는 당시에도 수긍이 갔기 때문이리라.
테이블에 앉아 독서대에다가 책을 올려놓고 메모지에 끄적거리거나 책에 줄을 그으면서 읽다 보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스마트 폰도 없고 컴퓨터도 흔하지 않던 시절엔 볼거리라고는 TV 말고는 신문과 잡지, 그리고 책뿐이었다. 현대인들이 때때로 몸도 마음도 번잡스럽고 들떠있는 듯 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쓸데없는 정보의 범람 때문이다.
격리가 해제됐다.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쯤은 30여 년 전 교수가 권한 대로 베개를 벽에 붙이고 등을 대고 따뜻한 방바닥에 편안하게 앉아 고전을 펼쳐 한 자 한 자 음미하며 읽는 자가 격리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