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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방사선~!

다시는 보지 말자!(두 번째 암)

무려 30회 방사선 치료의 대장정을 오늘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가족들과 함께 겪고 이겨낸 이 모든 과정들의

마지막날인데 기쁘면서도 슬픈 이유가 뭘까?

슬프면서 기쁜 것인가......

앞으로 5~7년 완치판정을 받기까지

갈길이 멀다.


방사선 3호실 방사선사님들의

"오늘 마지막 치료까지 잘 마치셨어요.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말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성난 파도처럼  올라온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만나던 방사선실을 이제

굿바이 하려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 함께

처음 방사선실에서 치료를 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방사선실에 치료를 받으려 누우면 머리 위로

비치는 천장의 푸른 하늘과 초록잎 영상 

보며 치료를 시작하는 나에게도 정말 저런

푸른 늘과 같은 삶들이 펼쳐질까 하는

모든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쯤 치료가 끝나고 지긋지긋한 병원과

작별을 고할지. 치료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불안감, 부작용이 너무 커서 고통이

생각보다 더 할 거 같은 막연한 두려움들로

가득 찼시작하던 모든 막막함들.

길가에 핀 꽃

그동안 나를 살리고 죽이던 또한

죽이고 살리던 방사선 치료의 흔적들은 일일이

뭐라 말로 표현해내지 못할  삶의 시간들의

상처이자 아픔의 작품들이다.


강력한 방사선의 능력은 한여름 해수욕장의

내리쬐는 태양처럼 여기저기 살이 타들어가다

못해 화상처럼 물집들로 생기다가

여기저기 터져서 따끔거리고

이내 돌처럼 건조하고 딱딱해진 피부엔

연고조차 스며들지 않고 겉돈다.


방사선과 선생님께선

기쁘면서도 슬픈 내 얼굴에 6개월  후면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올 거니  크림을

듬뿍듬뿍 잘 바르라 한다.

이제 씻어도 되나 약해지고 상처입은 피부에

떼를 미는 거나 수영, 사우나 등은

안되고 물 샤워정도는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샤워 간 그동안 치료를 위해 그려진 선들이

하나둘 지워져 나간다.


언젠가 이 지워진 선들처럼 부작용으로 생긴

상처들도 아물고 언제 그랬나는 듯이

흔적도 없이 지워지겠지.

그렇게 주저앉은 마음도 지워진 상처들처럼

아물어져 있겠지.


삶의 의미보다
삶 그 자체를 더 사랑해야 한다.
ㅡ도스토예프스키ㅡ


그동안 응원, 격려해 주신 많은 작가님들,

가족, 친구들,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 교회들,

멀리서 암 치료를 받는다고 버선발로

하와이에서 넘어온 내 동생,

그리고 이 부족한 생명 살리고자 노력한

병원관계자분들 모두에게

너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잘라진 신경이 살아나며 생기는 통증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고

무엇보다 다시 얻은 소중한 나의 삶

재발 없고 완치되는 그날까지 손되이

감사해하며 의미 있게 잘 살아가야겠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살아있음에 숨 쉬며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음에 이대로 감사하다.

굿바이 방사선! 다시 보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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