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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그리고 회개

방사선 D+16

PART 1.

동전의 앞뒤처럼

어떤 것이 옳은 지

그것을 판단할 수 없는 어리석음으로

어쩜 나는 죄악을 키우고 있었나 보다.


자멸을 위한 건지도 모르고

스스로 교만하여 천사인 줄 알고

타락한 대악마처럼


그렇게 나는 반 인생을 죄인으로

살아왔다.


죄의 댓가가

지옥으로 떨어진 타락한 천사 루시퍼처럼

내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 지옥은 내 몸에도 새겨져

뫼비우스띠처럼 계속 제자리다.


PART2.

뜨거운 눈물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타오른다.

가만히 불 꺼진 어둠 속에 엎드려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 앞으로

반 평생 죄를 내려놓는다.


PART3.

눈에 보이지 않은 그 불이

나의 하찮은 가죽 따위 

다시 조용히 찾아온 나의 친구를

소리없이 태우는구나.

소리 없는 칼이 되어 베어내는 너를

이렇게 보내는구나.

소리 없이 고목나무처럼 말라가는구나.


악한 것일지라도

바로 나의 삶의 조각인데

나의 걸어온 흔적인데

내 삶의 행복이자 상처인데

그렇게 나에게 자리 잡았던 네가

조용히 소멸되 가는구나.


함께 하지 못하는

함께 할 수 없음을

그렇게 또

영원한 이별을 꿈꾼다.


국군수도병원에 10월 초에 입원했습니다.

방사선 16번째.

올해는 조금 힘든 게 느껴집니다.

분당에 있는 병원과 가까운 국군병원을 통해 방사선 치료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작년엔 거의 느낌이 없었던 거 같은데,

아니면 벌써 잊어버렸거나.

어쩜 또 생겨버린 암 덩어리도

제 삶의 일부였을텐데 통째로

몸이 다 받아들인 고통, 번뇌, 스트레스 등이

저에게 세 번째 암을 선물했습니다.


병실 창 블라인드에는

"더 강하게 더 건강하게"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거칠게 살아온 삶들을 다시 돌아보고 가만히 회개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타락한 천사 루시퍼처럼 저는 어쩌면 교만함 가득 찬 삶들을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내가 높아져야 승승장구해서 진급도 하고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게 군에 맞다고 그것만을 위해 치열하게 앞만 봤으니까 스스로 죄악의 바벨탑을 세웠으니까......


어쩜 이렇게 세 번씩 아픈 것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안 힘든 거 아닙니다. 재발을 또 걱정하고

불안한 미래, 이 몸뚱이로 뭘 할 수 있을지

두렵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어서

더 지옥으로 떨어지기 전에

나를 살렸으니깐.

그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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