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

13장. 취미와 취향이 달라도 우리는 하나

by 윤혁경

13장. 취미와 취향이 달라도 우리는 하나

오랜 시간 함께한 부부라면 이제 각자 삶의 리듬과 취향을 확립한 시기일 겁니다. 오랜 시간 관심사를 탐색해 발전시켜 왔기에, 서로 취미와 취향이 다르고 때로는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을 수 없는 우리’를 인정하는 지혜가 부부 관계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합니다.


♣ 나는 예술을, 아내는 운동을 : 다른 열정의 방향


저는 중학생 때부터 예술, 특히 그림에 대한 깊은 열정을 품었던 사람이에요.

'환쟁이는 굶어 죽는다'는 부모님의 만류로 예술고등학교 대신 건축학도를 선택했지만, 예술에 대한 갈증은 사진으로 이어져 전국을 누비며 활동했고, 이제는 미술관과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조용히 그 갈증을 채우고 있죠.


저는 예술을 통해 내면의 만족과 깊은 사색을 즐기는 유형인 거예요.

정교한 붓 터치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고뇌,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들을 탐색하며 저만의 세계에 몰입합니다. 예술 작품을 통해 삶의 다양한 측면을 해석하고, 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반면, 아내는 예술에는 큰 관심이 없어요.

대신 운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죠. 볼링,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는 물론, 최근엔 파크골프까지 섭렵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몸을 움직이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아요.

아내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입니다. 경쾌한 스윙 소리, 땀 흘리며 느끼는 상쾌함, 그리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활기찬 대화들이 아내에게는 최고의 즐거움인 거죠.


저는 축구, 농구, 탁구, 심지어 당구조차 할 줄 모른다고 고백하며 아내가 운동하러 나갈 때 조용히 집을 지키며 독서나 명상을 즐기죠.


부부의 취미가 같으면 좋겠지만, 전혀 달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문제로 삼지 않는 한 말이죠.

저는 고요하고 사색적인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고, 아내는 활동적이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활력을 얻는 식이죠.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식의 차이를 의미해요.


서로의 에너지 충전 방식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갈등을 줄이고 각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때로는 서로의 취미에 대해 질문하고 흥미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 문화생활과 TV 시청 : 즐거움의 스펙트럼


취미뿐만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에서도 부부의 취향은 다를 수 있어요.

저는 뮤지컬, 연극, 콘서트, 미술 전시회 등 공연 관람과 영화 관람을 즐기는 반면, 아내는 TV, 특히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열혈 팬이죠. 저는 화려한 무대 연출,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 그리고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에서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스크린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은 저에게 일종의 의식과도 같습니다. 반면 아내는 TV 앞에서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를 응원하며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가끔은 눈물까지 흘리며 깊이 공감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인데, 무대 위의 에너지에 흠뻑 빠져 감동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옆자리에서 코를 골고 잠들어 버리는 아내! 그런 상황을 이해하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답니다. 처음에는 아내의 트로트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함께 듣다 보니 '이 노래 참 좋네'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아내의 세계에 한 걸음씩 들어가게 되었다는 고백은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줘요. 처음에는 낯설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트로트의 선율이 이제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익숙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 부부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상대의 취향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수준이 낮다'거나 '재미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한 걸음 다가가 볼 때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요. 모든 것을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즐거움을 인정하고 때로는 함께 경험하려는 노력은 관계의 폭을 넓힌답니다.


예를 들어, 아내는 제가 좋아하는 전시회에 따라와 주려고 노력하고, 저는 아내가 좋아하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가끔은 함께 시청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작은 시도들이 쌓여 관계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 나는 여행을, 아내는 집을 : 공간에 대한 다른 열망


공간에 대한 선호도도 부부마다 다를 수 있어요.

저는 새로운 도시와 낯선 풍경을 보는 여행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어요. 복잡한 도심 속에서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름 모를 시골 마을에서 평화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다른 삶의 방식들을 느끼는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고, 낯선 언어를 듣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며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성장의 기회입니다.

직접 여행을 떠나지 못할 때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을 정도로 '이동'과 '경험'에 대한 갈망이 커요.


하지만 아내는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손자들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도 쉽게 따라 나서지 않는 모습에서 그녀에게 여행은 설렘보다는 피곤함과 불편함이 앞서는 일임을 알 수 있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보다 익숙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을 선호하는 아내에게는, 복잡한 이동 과정과 낯선 잠자리,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녀에게는 아마도 '집'이라는 안정된 공간이 주는 평온함과 익숙함이 더 큰 위안일 거예요. 직접 꾸민 거실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정성스럽게 가꾼 작은 화단에서 꽃을 돌보는 시간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죠. '집'은 어떤 이에게는 편안한 안식처이자 재충전의 공간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답답한 일상의 반복으로 느껴질 수 있죠.


이러한 차이는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한쪽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결국 한쪽이 희생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불만이 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 대한 욕구를 존중하고, 때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만족을 얻는 지혜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아내는 기꺼이 저를 응원해주고, 아내가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때 저는 그녀의 평온함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한 공간적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 나는 정원사, 아내는 예비 골프선수


10년 전,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이루기 위해 천안에 전원주택을 짓고 ‘4도3촌’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백 가지가 넘는 꽃을 가꾸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날이죠. 씨를 뿌리고, 새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모든 과정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줍니다. 정원은 저에게 치유이자 놀이이고, 삶의 활력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정원 가꾸는 일에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화초와 잡초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무심한 편이지요. 제가 꽃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내는 거실에서 퍼팅 연습을 하거나, 얼마 전부터 시작한 피아노 연습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저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아내가 충분히 즐거워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요.

그런데 요즘 들어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가끔은 아내가 제 곁에서 정원 일을 거들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식물 애호가가 되긴 어렵겠지만, 저에게 한 발짝 다가오려는 그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세월이 빚어낸 변화겠지요.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갖고 살아가더라도, 이렇게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부부의 모습이야말로 전원생활의 또 다른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유일하게 닮은 것 : 음악에 대한 '무심함'


흥미롭게도, 이처럼 모든 취미와 취향이 다른 부부에게도 유일하게 닮은 점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음악에 대한 ‘무관심’ '무심함'입니다. 둘 다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웃을 정도로 '음치박치 커플'이라는 점이 오히려 서로에게 은근한 위안이 되었답니다.

드라이브를 할 때도 조용히 창밖 풍경을 보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선호할 뿐, 굳이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습니다. 주말 저녁에도 굳이 배경음악을 틀어놓지 않고 각자의 활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이건 통하네" 하는 마음은 서로의 다름 속에서 찾은 작은 동질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줍니다.


이 작은 공통점은 우리 부부에게 유머와 함께 '완벽하게 다를 필요는 없다'는 안도감을 선사합니다. 모든 면에서 통하지 않아도,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완벽하게 닮아 있어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죠.



♣ 갈등에서 평화로 : 다름을 인정하는 지혜


결혼 초기에는 서로의 다른 취향이 이해되지 않아 "왜 그걸 좋아해?", "왜 같이 안 해?" 하며 서운해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드는 것 같아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죠. 마치 내가 좋아하는 세계에 상대방이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부부들은 조금씩 깨닫게 돼요.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거리를 억지로 좁히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라는 것을요. 이는 단순히 포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고유한 존재를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입니다.

지금 우리 부부는 서로의 취미를 강요하지 않는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어요.

각자의 즐거움을 인정하고, 방해하지 않으며, 진심으로 응원해준답니다. 예를 들어, 한쪽이 운동을 하러 나설 때 기꺼이 격려해주고, 필요한 경우 운동복을 챙겨주거나 물통을 준비해주는 등 작은 배려를 보여줍니다.

다른 한쪽이 조용히 책을 읽거나 전시회를 보러 갈 때 그 시간을 존중해주고, 때로는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며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죠. 이렇게 서로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을 존중해주는 것은 각자가 자신을 재충전하고 삶의 활력을 얻는 데 필수적입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오래 함께 살아온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성숙한 공존의 방식이 아닐까요?

서로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즐거움을 찾아 나설 때, 부부 관계는 더욱 풍성해져요.

모든 것을 함께 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행복을 찾으면서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중요하답니다. 이 믿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취미 활동 속에서도 부부라는 단단한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뿌리와 같습니다.


여러분은 배우자와의 취미와 취향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함께 조화를 이루어 나가고 계신가요? 각자의 다름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행복의 순간들은 무엇인가요?



[자가점검 체크리스트]


1. 서로의 '에너지 충전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가?

배우자가 즐기는 활동이 나와 달라도 이를 비난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예: "나는 예술을 좋아하고, 아내는 운동을 좋아하지만 서로의 열정을 인정한다.")

배우자의 취미나 여가 활동에 대해 진심으로 질문하고 관심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예: 배우자가 운동을 다녀오면 "운동은 잘 했어?", "오늘 뭐 했어?"라고 물어본다.)


2. 서로의 '즐거움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함께할 여지를 두는가?

배우자의 취향(예: 음악, 영화, TV 프로그램 등)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수준이 낮다'거나 '재미없다'고 폄하하지 않는다. (예: 아내의 트로트 사랑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함께 듣기도 한다.)

때로는 배우자가 좋아하는 활동에 기꺼이 동참하거나 관심을 기울여 본다. (예: 아내가 좋아하는 전시회에 함께 가거나, 배우자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가끔은 함께 시청한다.)


3. '공간에 대한 욕구'와 '개인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가?

배우자의 공간에 대한 욕구(예: 여행, 집에서 보내는 시간 등)를 자신의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예: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을 존중한다.)

서로의 행복을 위한 공간적 독립성을 인정하고 지지한다. (예: 배우자가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기꺼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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