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

14장. '외계인'이 된 배우자 : MBTI로 이해하는 관계의 지혜

by 윤혁경

14장. '외계인'이 된 배우자 : MBTI로 이해하는 관계의 지혜

수십 년을 함께 살면서도 때때로 배우자가 마치 외계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긴 시간을 공유했지만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분명 존재하지요. 이는 단순히 '나'와 '배우자'라는 개별 존재 차이를 넘어,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인 환경에서 길러진 성격차이가 빚어내는 현상입니다.


최근 많은 이들이 활용하는 MBTI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배우자 성격을 이해하고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화의 도구’라고 할 수 있죠.



♣ 성격은 길러지고, 기질은 타고나는가? 복합적인 형성 과정


사람은 저마다 고유한 성격과 기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성격은 성장 환경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형성되고 변화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우리가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친구를 만나고,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에 따라 성격의 다양한 면모가 발현되거나 억제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기질은 유전적 요인, 즉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선천적인 경향성이라고 이해되죠.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활발하고 외향적인 반면, 어떤 아이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기질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치 씨앗이 가진 고유한 특성처럼, 기질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기본적인 반응 양식이나 정서적 경향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기질 역시 완전히 선천적이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아기와 아동기에 부모가 감정을 다루는 방식, 훈육 태도, 애정 표현 등 관계 속에서 자녀가 경험하는 상호작용에 따라 그들의 반응 양식과 정서적 기질은 서서히 다듬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타고나기를 예민한 기질을 가진 아이라도, 안정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환경에서 자란다면 그 예민함이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발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세심함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으로 발전할 수도 있죠. 즉, 기질이 단순히 '고정된 성향'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된 '반응의 습관'이라면, 우리는 사람을 몇 가지 성격 유형으로 단정 짓는 것을 넘어 그 배경까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배우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뒤에는 단순히 '성격'을 넘어선 '기질적 배경'과 '관계 속에서 학습된 반응'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배우자를 더욱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MBTI로 보는 우리 부부 : 극과 극의 만남


요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알아가는 데 즐겨 활용하는 도구예요. 비록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람들은 MBTI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특성을 돌아보고, '아, 나는 이렇구나', '상대는 저렇구나' 하고 이해하려는 계기를 갖게 되죠. 이는 심리학적 진단 도구라기보다는, 자기 이해와 타인 이해를 돕는 흥미로운 '대화의 도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TI는 네 가지 이분법적 선호 지표(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를 조합하여 16가지 유형으로 개인의 성격 특성을 설명합니다.


제가 검사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지만, 보편적으로 저는 INTJ(내향-직관-사고-판단) 유형인 것 같아요. 분석적이고 계획적이며 논리적인 성향을 가진 유형이죠. 문제 해결에 있어 효율성을 중시하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아내는 감정에 솔직하고 즉흥적이며 활발한 ENFP(외향-직관-감정-인식) 유형입니다.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며,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한마디로, 극과 극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이처럼 서로 만날 수 없는 관계를 미리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결혼 초기, 이러한 성격과 기질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저희 부부의 갈등 양상을 살펴보자면, 시간을 쓰는 방식(계획 대 즉흥)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일을 사전에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움직이려는 반면, 아내는 순간적인 영감과 감정에 따라 유연하게 일정을 조절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말 여행을 계획할 때, 저는 세부적인 동선과 예약까지 미리 끝내 놓아야 안심이 되는 반면, 아내는 현장에서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더 즐거워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고, 아내는 저의 융통성 없는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또한, 대화 스타일(논리 대 감성)에서도 충돌이 잦았습니다.

저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핵심을 파고드는 논리적 대화를 선호했지만, 아내는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내의 힘든 감정에 대해 논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 아내는 "지금 내가 필요한 건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이야"라며 서운함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감정 표현(절제 대 솔직함) 역시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저는 감정을 내면에 담아두고 신중하게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아내는 감정을 솔직하고 풍부하게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아내의 감정적인 반응에 당황하거나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아내는 저의 절제된 감정 표현을 이해하기 어려워했습니다.

이처럼 시간을 쓰는 방식, 대화 스타일, 감정 표현이 전혀 달랐기에 답답함, 먹먹함, 혼란스러움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갈등 상황이 연속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우리 부부는 그 다름을 '갈등'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서로에게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아내를 통해 유연함과 감성의 가치를 배웠고, 아내는 저에게서 일관성과 계획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이는 다름이 갈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고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은 MBTI 유형이 고정된 '꼬리표'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 닮은 사람 vs 다른 사람 : 누구와 함께 걸어갈까?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살아야 할까, 정반대인 사람이 더 나을까?"는 부부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에요.

이에 대한 정답은 단순하지 않아요. 개인의 가치관과 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닮은 성향의 부부는 서로를 쉽게 공감하고 편안함을 느껴요.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하여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많고, 사고방식이 비슷하여 오해가 적을 수 있습니다. 갈등이 적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쉽죠.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자극하지 않아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성장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어요. 익숙함과 편안함 속에 매몰되어 관계가 정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반대 성향의 부부는 초기에는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고 부딪히는 일이 잦을 수 있죠. 처음에는 마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차이 덕분에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고, 새로운 관점을 배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진답니다. 마치 서로 다른 퍼즐 조각이 만나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만들듯이 말이죠.


나와 다른 기질의 사람과 산다는 건 쉽지 않지만, 결혼이라는 여정을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줘요.

아내의 감정적 파도에 남편이 균형을 잡아주고, 남편의 경직된 사고에 아내가 훈훈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것처럼, 서로의 강점이 약점을 보완하며 조화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이는 단순한 조화가 아니라, 서로를 통해 배우고 발전하는 '상호 성장'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 갈등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성장의 시작점


결혼 초기의 갈등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에요.

두 개의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으니 충돌은 필연적이죠.

중요한 것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해결하느냐예요. 갈등을 회피하거나 덮어두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마치 곪아가는 상처처럼 관계를 더욱 병들게 할 수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해서 포기할까?"라는 절망적인 생각보다는 "왜 다르게 반응하는 걸까?"를 먼저 묻는 태도가 필요해요. 이 질문은 상대방의 내면세계로 들어가려는 노력의 시작입니다. '이해'를 향한 첫걸음이죠.

저희 부부는 정반대의 기질이 충돌하며 수많은 대화를 만들어 냈고, 그 속에서 '맞추는 법'과 '배려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때로는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을지라도, 결국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마치 바위가 오랜 시간 풍파를 겪으며 단단해지듯이 말이죠.

배우자는 저를 복제한 또 다른 제가 아니에요.

배우자는 저라는 존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고유한 경험과 기질을 가진 한 사람의 '타인'입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과 깊은 이해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배우자를 나에게 맞추려는 노력보다는, 배우자가 가진 고유한 색깔을 존중하고 그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 MBTI는 단정이 아닌 출발점이다


MBTI와 같은 성격 유형 검사는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지만, 그 목적은 사람을 몇 가지 틀 안에 '분류'하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목적은 '이해의 출발점'에 있답니다. MBTI 결과는 '당신은 이렇다'고 못 박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이런 경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입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MBTI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입니다. MBTI는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당신이 이해해 줘'라는 자기 합리화의 도구가 아니라, '나는 이렇지만 당신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어떻게 조화롭게 지낼까'를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MBTI를 통해 자신과 배우자의 성향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그 차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더 나은 방식으로 소통하고 배려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고(T)형인 제가 감정(F)형인 아내와 대화할 때는 논리보다는 공감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할 수 있고, 외향(E)형인 아내가 내향(I)형인 저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러한 성숙한 '다름 인정'의 지혜가 더욱 필요해요.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태도—그것이야말로 어떤 성격 검사 결과보다도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삶의 기술입니다. 단순히 MBTI 유형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서로에게 더 나은 파트너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의 기질과 성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다름 속에서 새로운 관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배우자와의 어떤 '다름'을 통해 성장하고 계신가요?


[자가점검 체크리스트]

1.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있는가?

배우자의 행동이나 반응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나요?그 다름을 '틀리다'거나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지 않고, 고유한 특성으로 인정하나요?

"나는 이런데 배우자는 왜 저럴까?"라는 의문이 들 때, 그 다름의 배경(기질, 학습된 반응)을 탐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나요?


2. 갈등 상황에서 '왜 다르게 반응하는가'를 탐색하고 있는가?

갈등이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배우자가 왜 저렇게 반응할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나요?

배우자의 행동이나 언어 뒤에 숨겨진 기질적 특성(예: 계획성, 감성 등)을 고려하여 대화를 시도하고 있나요?


3. 서로의 '다름'이 관계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배우자의 나와 다른 성향이 때로는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새로운 관점을 배우게 하는 '성장의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서로의 다름을 통해 단순히 갈등을 피하는 것을 넘어, '상호 성장'의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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