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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鰍魚) + ‘ㄱ’

추어탕, 천렵, 아버지와의 추억

by 디카이분의일

미꾸라지는 주로 여름 보양식인 추어탕의 재료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다. 요즘에는 추어탕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체인점도 많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값싼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흔한 먹거리가 되었다.

어릴 적 기억을 되짚어 보면 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는 요즘같이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잡았었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끓는 물에 삶아 건져내어 으깬 후, 채에 걸러 잔뼈를 골라내고 물을 넣어 국물을 만들어, 여러 채소와 향신료를 첨가해 끓이거나, 국수를 곁들여 먹던 참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지금부터 약 45년 전, 힘들지만 재미있었던 미꾸라지 잡이를 추억해 본다.

미꾸라지는 늪이나 논, 혹은 농수로 등의 진흙이 깔린 곳에 주로 살고, 더러운 물이나 산소가 부족해도 잘 견딜 수 있다. 먹이는 진흙 속의 생물을 먹는데 알을 낳는 시기는 보통 4~6월이다.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미꾸라지 잡이를 참 많이 다녔었다. 이 추억은 지금도 가슴 한편에 소중하게 남아있다. 미꾸라지를 잡기에 제일 좋은 장소는 평평하지 않고 약간의 경사가 있는 농수로다. 작은 폭포처럼 단차가 있고 물이 고여있는 부분은 천렵을 위한 최고의 포인트가 된다.

포인트를 기점으로 전방 5~10미터 정도 상류에 물길을 막는다. 물막이를 위해 돌과 자갈을 섞어 차곡차곡 쌓고 물이 새어나지 않도록 비닐로 덮는다. 이 물막이가 완성되면 더 이상 상류의 물은 다른 곳으로 빠져 버리고 포인트에는 물이 유입되지 않아 고요함 마저 느낄 수 있다.

이다음 과정이 무척 힘들다. 바로 물 빼기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퍼내야 한다. 힘들기 때문에 아버지와 번갈아 가면서 퍼냈던 걸로 기억한다. 힘든 과정을 거치면 결국, 포인트에 고여 있던 물은 얼마 남지 않게 되고, 물속의 돌과 자갈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바닥을 드러낸 안쪽 구석에 살고 있던 미꾸라지들이 무슨 상황인지 궁금하다는 듯 스멀스멀 머리를 흔들며 모습을 드러낸다. 나오는 족족 잡아서 미리 가져간 통에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아이 손가락 만한 굵기부터 어른 엄지손가락 만한 굵기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가끔은 뱀장어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무서운 나머지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아버지도 뱀장어는 무서워했던 것 같다.

그냥 줍기만 하면 되는데도 미끌미끌한 미꾸라지는 – 오죽했으면 잘 빠져나가는 사람을 칭하여 미꾸라지 같은 놈이라 했을까 – 잘도 손에서 빠져나갔다. 그래도 한 번의 천렵으로 보통 10리터 정도 크기의 바구니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먹는다는 기쁨보다는 아버지와 함께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잡은 미꾸라지는 훨씬 큰 용기(속칭 ‘대야’)로 옮겨 담는다. 잡힌 미꾸라지는 오래 살지 못하지만 물을 잘 갈아주면 일주일 정도는 살릴 수 있다.

미꾸라지는 앞서 언급한 복잡한 과정과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져 맛있는 추어탕으로 태어났다.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추어탕은 힘을 주는 음식이자, 소울푸드이다. 요즘 시대에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보양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때 그 맛이 그립다.

유난스럽게 현대인들은 건강을 위하여 두세 배나 비싼 유기농 먹거리를 찾고 몸에 좋다는 건강식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물과 토양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고, 대기가 깨끗하지 않은데 유기농이라고 안심할 수 도 없다.

요즘 들어 환경오염과 관련해서 많은 희귀병과 질병이 늘어나는 것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먹거리에 대한 불신 없이 맘껏 즐기고 먹었던 옛 추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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