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골판 절제술 해? 말아?
정형외과 전문병원 의사는 연골판 절제술을 하는 게 좋겠다며 자세한 사항은 나가서 상담실장의 안내를 받으라고 했다.
상담실장방으로 들어가니 안경 쓴 단발머리의 상담실장이 친절한 미소를 띠며 느닷없이 “수술 날짜는 언제로 잡을까요?”라고 질문한다.
깜짝 놀란 나는 “네? 수술 날짜를 잡아요? “라고 했더니 상담실장은 원장 선생님한테 수술이 필요해서 수술 날짜를 잡으라고 전달받았다고 한다.
나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좀 생각해 보겠다 했는데 20여분 동안의 상담 시간 동안 상담실장은 수술 날짜를 잡자는 말을 무려 다섯 번이나 했고, 그 반복되는 말에 의구심이 생겼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병원을 나섰다.
집에 와서 연골판 절제술에 대해 폭풍 검색을 했고 무릎 관절염과 연골판 염증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서도 크게 수술파와 비수술파(재활 및 운동 치료)로 나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검색 끝에 재활운동을 강조하는 호주 의사와 우리나라 의사들의 세미나 영상까지 보게 됐는데 최근 연구 결과 수술과 비수술 치료의 결과가 비슷하다는 것까지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2kSgzBBrNEw?si=z5oRB8q96HWARKlp
또 다른 국내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의 무릎 관절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보고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지 더욱 의구심이 생겼다.
https://www.youtube.com/live/YiS3n-uZD7k?si=Tpugtn5DKIvZHZMj
마침 지인 중에 간호사가 개인병원 외에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한 군데는 위의 영상에 언급된 추천 정형외과 의사에게 갔고, 다른 한 곳은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로 갔다.
결과는 두 군데 다 수술은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환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는 의사들도 있다는 말을 듣고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내가 방문한 4개의 병원들 반응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 A 정형외과 전문병원: 수술날짜를 빨리 잡자. 당장 이번 주에도 수술 가능하고 3일이면 퇴원한다.
- B 정형외과+재활의학과 병원: 수술 안 해도 되는 상태, 운동치료 받아볼 것인지 질문
- C 대학병원 정형외과: 수술 필요 없다. 무릎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하라.
- D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수술 필요 없다.
초기에 수술하라는 A병원의 말만 듣고 덜컥 수술했다면 돈 날리고, 시간 날리고,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내 무릎이 더 안 좋아지고 노년에 더 고생하게 됐을지 모른다.
간호사인 지인이 개인병원은 영리 목적이 크지만 대학병원은 영리와 비영리가 50:50이니 꼭 대학병원에도 가서 진료받아보라고 한 말을 듣고 가 본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꼭 필요한 경우는 수술을 해야겠지만 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양심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해 줄 수 있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
실력 있고 선량한 의사를 만나는 게 복이다.
더불어 환자 스스로도 무지한 상태에서 휘둘리지 않도록 공부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