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하동에는 벚꽃 명소 중에서도 특별한 이름을 지닌 길이 있다. 바로 ‘혼례길’이라 불리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6km의 십리벚꽃길이다.
섬진강과 화개동천이 만나는 이 길은 50년에서 100년 이상 된 벚나무 1,100여 그루가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어 매년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눈부신 벚꽃터널을 선사한다.
하동 십리벚꽃길은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손을 잡고 이 길을 함께 걸으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 때문에 ‘혼례길’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커플과 신혼부부는 물론이고 중년 부부, 어린 자녀를 안은 가족까지도 이 길을 걸으며 사랑과 화합을 다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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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골이 깊었던 이들도 이 길을 함께 걷다 보면 자연스레 화해하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매년 이 시기에 맞춰 화개장터 일대에서는 ‘화개장터 벚꽃축제’도 열리지만, 올해는 대형 산불로 인해 축제가 취소되었다. 하지만, 올해도 벚꽃이 주는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벚꽃을 낮에만 즐기기엔 아쉬운 이들을 위한 밤의 즐거움도 있다. 십리벚꽃길 데크 구간에는 고보조명과 경관조명이 설치돼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꽃길을 은은하게 밝혀준다.
흐드러진 벚꽃에 조명이 더해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누구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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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하동군은 군 홈페이지에 실시간 벚꽃 개화 상황을 중계하는 CCTV를 운영해 여행을 앞둔 관광객들이 개화 시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쌍계사 계곡을 비추는 세 곳의 카메라가 현재의 벚꽃 상태를 보여줘, 언제 찾아야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다.
벚꽃길에서 조금 벗어나면 또 다른 매력도 기다리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하동 야생차밭이 바로 그곳이다.
경사진 산지에 자연 그대로 형성된 야생차 군락은 봄 햇살을 머금고 초록빛 싱그러움을 뽐낸다. 이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는 바쁜 일상 속에 잊었던 여유와 사색을 선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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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십리벚꽃길은 전반적으로 개화를 시작한 상태다. 특히 입구 쪽은 이미 벚꽃이 풍성하게 피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아직 피지 않은 나무도 많아 이번 주 중반부터 주말까지 본격적인 만개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방문을 계획한다면 최대한 이른 시간에 찾는 것이 좋다.
4월이 지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맞잡고 이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백년해로의 소망을 꽃잎에 담아 걸으면, 그 길 끝에 따뜻한 봄의 기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