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풍산태사로 1123-10, 풍산태사로 옛 국도변 산자락에 자리한 체화정(體花亭)은 조선 후기의 건축미와 형제의 우애를 품고 있는 고즈넉한 정자이다.
이곳은 예안 이씨 문중의 만포(晩圃) 이민적(李敏迪, 1663~1744)이 조선 영조 37년인 1761년에 학문을 닦고자 형인 이민정과 함께 거처할 목적으로 건립한 정자로,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소다.
체화라는 이름은 ‘상체지화(桑體之花)’의 줄임말로, 형제간의 우애가 깊을수록 집안이 번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정자 자체가 가족애와 유교적 이상을 형상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체화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팔작지붕 건축물로 지어졌으며, 목조 구조의 장중한 자태와 간결한 조형미가 인상적이다.
정자 앞에는 신선의 세계를 상징하는 방장, 봉래, 영주 세 섬을 본떠 만든 3개의 인공섬이 떠 있는 연못이 조성되어 있어 정자와 자연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연못 위로는 때때로 작은 배가 띄워지기도 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 위로 정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풍경은 마치 선계(仙界)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 정자는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데, 특히 정자에 걸린 ‘담락재(湛樂齋)’ 편액은 조선 최고 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단원 김홍도의 친필로 전해지며, ‘체화정’이라 적힌 주 편액은 사도세자의 스승으로 알려진 유정원의 글씨라는 점에서 문예적 상징성도 크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체화정은 1985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전통조경 연구의 귀중한 실물 자료로 평가받는다.
체화정이 가장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끄는 시기는 단연 여름이다. 정자를 둘러싼 배롱나무(백일홍)들이 진분홍빛으로 만개하는 7~8월 무렵이면, 그 붉은 꽃잎이 바람결에 흩날리며 정자 주변을 꽃비로 물들인다.
연못 위로는 붉은 배롱나무꽃이 반영되어 물속에서 한 송이, 현실에서 한 송이가 된 듯 겹겹이 피어오른다.
아침 햇살이 내려앉는 시간에는 물안개와 꽃잎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늦은 오후에는 햇살을 받아 연못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다시금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이처럼 계절의 흐름 속에서 풍경이 다채롭게 변하는 체화정은 전국 각지의 사진작가들에게도 사랑받는 명소다.
또한 체화정은 안동에서 대표적인 유교 문화 유산인 하회마을, 병산서원과도 가까운 위치에 있어, 전통문화 탐방 코스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체화정 일대를 찾는 이들은 풍산읍을 지나는 시내버스 212번, 급행 2번, 풍산1번 등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으며, 정류장에서 하차해 도보로 5~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여름날,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 속으로 잠시 걸음을 옮기고 싶다면, 안동 체화정은 잊지 못할 여정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