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진주남강유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지난 행사 사진)
가을 저녁, 강 위로 번져가는 불빛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물결 따라 흔들리는 빛은 마치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듯, 보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감싼다.
어느 순간 낯선 풍경 같다가도 곧 익숙한 정서로 다가오며, 그 안에서 세대와 세대를 잇는 정다운 장면이 펼쳐진다.
오색의 등불 사이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걷는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울림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특별한 시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풍경은 한 해의 가을을 더욱 빛나게 할 진주남강유등축제에서 만날 수 있다.
출처: 진주남강유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지난 행사 사진)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시작은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 성을 지키던 군사들은 밤마다 강 위에 등을 띄워 적군의 이동을 막았다.
또한 성 밖 가족들에게 무사함을 전하는 신호로도 활용되었다. 단순한 불빛이 아닌 생사를 건 전술이자 소통의 수단이었던 셈이다.
이후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수많은 이들이 순국하자, 남겨진 이들은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강에 불빛을 띄웠다.
시간이 흐르며 이 풍습은 오늘날 축제로 이어졌다. 현재의 유등은 단순히 전통을 기리는 의미를 넘어, 평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빛을 밝히고 있다.
출처: 진주남강유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지난 행사 사진)
이번 2025 진주남강유등축제는 10월 4일부터 19일까지 진주성 일원과 남강에서 열린다. 입장은 무료이며, 일부 체험 프로그램만 소액의 참가비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기 좋은 체험으로는 ‘부교 건너기’가 있다. 남강 위에 설치된 다양한 다리를 직접 건너보는 경험은 짜릿하면서도 특별하다.
소망을 적어 붙이는 ‘소망등 달기’나 직접 작은 등을 만들어 강에 띄우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추억이자 교육적 경험이 될 수 있다.
또한 남강 주변 곳곳에서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전시가 마련돼, 방문객 스스로 축제의 한 장면을 완성할 수 있다.
출처: 진주남강유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지난 행사 사진)
축제의 백미는 단연 저녁마다 펼쳐지는 유등 전시다. 남강 위와 성곽 주변은 수많은 등이 빛을 발하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올해의 주제 ‘파워 오브 코리아’는 한국의 기상을 등불로 형상화해,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전한다.
한글을 형상화한 창작등, 진주 각 읍면동을 상징하는 테마등, 그리고 첨단기술이 더해진 움직이는 유등까지 다채로운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출처: 진주남강유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지난 행사 사진)
아이들이 좋아할 공간도 많다. 공룡 유등이 전시되는 키즈파크 존, 게임 속 세계를 그대로 옮겨온 체험형 존, 우주인을 형상화한 전시 등은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른들에게는 진주의 전통 공연과 음악이 곁들여져,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매일 저녁 이어지는 공연 무대와 버스킹, 그리고 음악다방까지 축제 현장은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무대가 된다.
출처: 진주남강유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지난 행사 사진)
진주남강유등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누구나 참여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다.
남강의 물결 위에서 피어나는 빛은 아이들에게는 신비한 체험으로, 어른들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불빛과 함께 흐른다.
가을밤, 가족과 함께 걷는 남강의 길에서 만나는 수천 개의 유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추억, 희망과 화합을 담은 빛의 향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