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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만나는 가을 풍경, 고성 극락암의 고요한 시간

by 트립젠드

고즈넉한 숲길 품은 작은 절
긴 세월 품은 수행의 터전
무료로 만나는 사찰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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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고성 극락암,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숲이 빚어낸 고요한 길 끝에서 만나는 작은 절은 세월을 머금은 듯 차분한 기운을 풍긴다. 마치 오래된 노송들이 품어주는 듯한 아늑함 속에서 마음은 자연스레 가라앉는다.


화려한 장식이나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세월의 격랑 속에서도 다시 이어진 삶의 흔적이 오늘에 이르러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그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천 년의 이야기를 이어온 절, 바로 극락암이다.


숲길 끝에 자리한 아담한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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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고성 극락암,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극락암은 강원 고성의 간성 대대리 검문소를 지나 진부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좁은 마을길을 따라 들어서면 산모퉁이를 감싸는 숲길이 이어지고, 그 길 끝에 절이 모습을 드러낸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찰을 감싸는 풍경이 주는 정취는 웅장한 사찰 못지않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별도의 입장료 없이 편히 들를 수 있어 지역 주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휴식처가 된다.


주변 풍광과 함께 자연의 정적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비구니들의 수행처에서 이어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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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고성 극락암,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극락암의 시작은 고려 혜종 2년인 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묘적동에 세워졌으며, 이후 건봉사 북서쪽 약 2킬로미터 지점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로 자리했다.


1878년 산불로 건봉사와 함께 소실되었으나 이듬해 다시 세워졌고, 일제강점기까지 산신각을 포함해 49칸 규모를 자랑하며 건봉사 산내 암자 중 가장 컸다.


당시에는 5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수행했고, 인근 봉명학교에 다니던 여학생들의 기숙사로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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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고성 극락암,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그러나 해방 이후 38선 북쪽에 위치하게 되면서 정상적인 종교 활동이 어려워졌다. 이에 스님들은 흩어질 수밖에 없었고, 옛 터에는 지금도 흔적만 남아 있다.


그 뒤 법선 스님이 1956년 간성 광산리에 새 터를 마련하며 극락암의 명맥을 이어갔다. 이후 1962년 현재의 교동리 자리로 옮겨 오늘날의 극락암이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극락암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을 함께 겪으며 다시 일어선 상징적 공간으로 남았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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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고성 극락암,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오늘날 극락암은 소박하지만 정갈한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경내는 크지 않으나 숲과 어우러진 풍경 덕에 오히려 고요함이 배가된다.


도심의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적합한 장소다. 특히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들러볼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주차 공간과 기본 편의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찾는 데 불편이 없다. 화려한 불사나 관광지의 번잡함 대신, 오랜 역사와 숲의 기운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머물다 보면 잔잔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


극락암은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깊고 오래다. 묵묵히 이어져 온 세월의 흔적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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