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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가을 명소를 찾는다면... 대가야수목원 산책

by 트립젠드

푸른 산이 품은 기억의 길
숲이 들려주는 시간의 이야기
대구 근교에서 만나는 평화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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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고령 대가야수목원)


바람은 산등성이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가고, 나무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의 풍경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다.


그 속에는 전쟁과 황폐함을 딛고 다시 피어난 생명의 숨결이 스며 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한때 메말랐던 산이 다시 푸르러지기까지의 이야기가 조용히 들려오는 듯하다.


오늘의 평화로운 숲길은, 누군가의 땀과 헌신으로 지켜낸 자연의 기적을 담고 있다.


복원된 숲, 시간의 기억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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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고령 대가야수목원)


경상북도 고령군 대가야읍 성산로에 자리한 대가야수목원은 잃어버린 숲을 되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새겨진 공간이다.


식민지 시대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림을 다시 푸른 생명으로 되돌리고자 추진된 산림녹화 사업의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배우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다.


수목원에는 총 193종, 약 20만 본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그중에는 오랜 시간 우리 땅의 기후에 맞춰 자란 목본류와 초본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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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고령 대가야수목원)


곳곳에 설치된 안내문은 나무의 생태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림이 되살아난 과정까지 차근히 짚어준다.


숲을 걷다 보면 ‘푸른 산을 다시 보겠다’는 선대의 열정이 이곳의 나무 한 그루, 흙 한 줌마다 스며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수목원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풍경 때문만이 아니다. 1946년 산림 복구 현장에서 순직한 세 명의 산림 공무원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금산재에 세워진 ‘산림녹화비’가 이곳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고령 산하가 다시 푸르게 숨 쉬게 됐다는 점에서,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기억의 숲이라 할 만하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숲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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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고령 대가야수목원,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대가야수목원의 중심에는 산림문화전시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산림 자원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낙동강 유역이 어떻게 다시 녹화되었는지를 그래픽과 영상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나무와 물, 그리고 인간이 어떤 순환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지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다.


전시실 옆에는 전국의 수석 애호가들이 기증한 돌을 모은 수석전시실이 있다. 바위와 돌에 새겨진 무늬와 결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자연의 예술미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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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고령 대가야수목원,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또한, 향긋한 나무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향기를 만들어보는 향기체험실은 이 수목원의 색다른 매력이다. 방문객들은 직접 향기 제품을 만들어보며 숲의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산림녹화에 기념 식재된 수종들을 모아놓은 녹화기념숲, 그리고 금산재와 연결된 산림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는 가파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잎 사이로 새소리가 들리고, 햇살은 잔잔히 비쳐든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이 들려주는 조용한 음악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대구 근교, 마음이 맑아지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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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고령 대가야수목원,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대가야수목원은 대구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손꼽힌다. 입장료가 무료이기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주차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에는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월요일과 명절 당일만 휴무이므로, 일정을 조정해 여유롭게 방문하기 좋다.


무심히 걷는 그 길 위에서 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바람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때 황폐했던 산이 이제는 쉼과 배움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숲은 특별하다.


대가야수목원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숲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느린 호흡 속에서, 잊고 있던 평화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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