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 노래

by Jin Sora


“나는 작은 주전자,
작고 통통하지요.
여기가 내 손잡이,
여기가 내 주둥이….”


키가 훌쩍 큰 고등학생이
허리에 한 손을 얹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른 한 손은 앞으로 구부려
주전자의 주둥이 모양을 만든다.


그 아이는 어색하게 자세를 잡았다.
유치원 시절에 하던 율동까지 섞어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캠핑을 떠나기 전,
우리는 늘 장비 점검을 한다.
텐트, 침낭, 물통, 그리고 랜턴.


그런데 거의 매번 한 사람쯤은
무언가를 빠뜨린다.


이번에는 랜턴이었다.


리더는 화를 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말한다.


“랜턴 안 가져온 사람, 앞으로.”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 한 아이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미 알고 있는 표정이다.
자기 심장이 먼저 알려주었을 것이다.


리더가 짧게 말한다.


“노래.”


그 아이는 허리에 손을 얹고

팔을 앞으로 구부려 주전자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I’m a little teapot,

short and stout.
Here is my handle,
here is my spout."


키는 이미 어른만큼 자랐지만

노래는 어린이 동요다.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 아이의 얼굴은 빨개지지만
노래와 동작을 끝까지 마친다.


허리에 손을 얹고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벤치에 혼자 앉아 반성하는 벌보다
꾸중을 듣는 것보다
이 짧은 노래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조금 민망하지만
모욕적이지는 않다.


웃음 속에서 남는 기억.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점점 느끼게 된다.


강한 말은 순간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습관을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을.


오히려
웃으며 지나간 장면들이
더 오래 남는다.


나는 집에서 이런 방법을 써 본 적은 없다.
그때는 늘 바쁘고 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할걸.


미국 가정에서는
가족이 모여 이야기할 때
먼저 좋은 점을 말한다고 들었다.


“이번 주에 네가 동생을 도와준 게 참 좋았어.”


그리고 나서야
고칠 점을 말한다.


순서의 차이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우리는 종종
고칠 점부터 꺼내기 쉽다.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들도 자주 잊어버린다.


열쇠를 두고 나오기도 하고
전화기를 놓고 나오기도 한다.


그때 누군가 우리에게 말한다면 어떨까.


“자, 주전자 노래.”

대신

"산토끼 토끼야"나

"사과 같은 내 얼굴"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조금 웃음이 난다.


주전자는 기울어질 때 제 역할을 한다.


곧게 서 있는 동안에는
그저 뜨거운 물을 품고 있을 뿐이다.


아이도 그렇지 않을까.


조금 민망하고
잠시 균형을 잃고
잠깐 기울어지는 순간에
배움이 흘러나온다.


완벽하게 서 있으려는 시간보다
잠시 기울어 보는 시간이
사람을 자라게 한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는
아마 웃음이 함께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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