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155

밤새 짙은 포푸리

by 글쓰는도야지

3년 가까이 정든, 나의 첫 회사를 떠나려 한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인생이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별 거 아닌 이 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진다.

나는 한때 작가가 꿈이었던 문학소년이었다.

문창과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글을 쓴다.

사실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취업을 했다.

나의 직무는 콘텐츠 마케터.

카피라이팅이 핵심인 기획자로 한동안 살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글을 쓰지 않겠다, 돈을 벌겠다 다짐했으면서도 또 내 글 쓰는 재주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시 글을 쓴다.

결국 글을 쓴다.

나에게서 글은 애증의 굴레다.

앞으로 매일, 어려우면 이틀마다라도 퇴사 과정을 남기려 한다.

남은 시간은 155일.

멀고도 가까운 그날까지 나의 글들은 어떤 모습을 그리며 나아갈까.

모르기에 두렵고, 모르기에 다시 설렌다.

저녁 음식 냄새를 지우려 피운 포푸리 향초의 신선한 숲향이 오래도록 짙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