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
"언제 만나도 즐거운 친구"
괜히 서로의 말투나 리액션 같이 사소한 것 하나만으로도 웃음이 빵 터지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인간관계가 매우 좁은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몇 있는데, 그중 한 친구가 최근 좋은 점수로 자격증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 친구를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 앞서 말했듯 친한 친구로 손꼽히는 친구였기에 정말 진심으로 축하했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 친구를 응원해 줬다.
그렇게 축하를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탔을 때, 하차하고 승차하는 사람들이 교차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내 곧 이런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마치 나는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친구는 택시를 타고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만 뒤처지다가 도태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찰나에 또 진심을 다해 친구에게 축하를 해주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함마저 몰려왔다. '역시 인간은 이기적이라던데, 나 참 이기적이다' 이런 생각들로 생각에 또 다른 생각들을 만들며 우울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사람마다 인생의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지만 서로의 속도가 달라서 자주 부딪힌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게 평소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너는 나보다 항상 앞서 있는 것 같아. 난 계속 제자리인 것 같거든" 그 친구는 계속 '더, 더 한 발자국'을 외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 역시 제자리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응원해주지 못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이 났던 건 왜였을까? 그때는 빠른 속도를 가졌다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역전되고 나니, 그 친구의 “난 제자리인 것 같아”라는 말이 그날따라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제야 나는 그 친구의 그 말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때 그 친구는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내가 그 친구의 속도가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하나로 그 친구의 속도를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렇게 상황이 역전이 되고 나니 깨닫는 나를 보면서 정말 나 괜찮은 사람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한 사람이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빠른 속도를 가졌다고 생각했다가 이내 느린 속도라고 생각이 역전되었을 때, 그 기분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열등감, 조급함, 질투심, 그리고 내가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인생의 속도가 다르다는 말. 어떻게 보면 서로의 속도가 다른 건 기분 나쁘고 불편한 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한 감정은 빠른 속도를 가진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오히려 속도가 더 빠른 상대방이 속도가 느린 친구에게 부스터효과라는 아이템을 선사해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치 서로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자극을 받아 또 다른 서로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그런 관계처럼 말이다.
과거에 서로의 속도가 같은 친구였을지라도 어떤 순간에는 그 친구가 더 빠른 속도일 수도 있고 다른 순간에는 내가 그 친구보다 더 빠른 속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서로의 속도가 다를 때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고 속도가 느린 사람은 우울한 감정을 가지기보단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긍정적인 다짐을, 속도가 빠른 사람은 상대방의 속도 그 자체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젠 나도 더 이상 속도의 다름에서 오는 그 불편한 감정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속도가 느린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기보다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도록.
‘나 너무 뒤처져서 싫다’는 말보다 ‘나도 어서 따라가야지’라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도록.
그래서 소중한 친구를 더 이상 잃지 않게 되도록.
더 괜찮은 친구이자 더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하여 내가 노력해야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