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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하여..,

by 김석철






수컷이 없이 낳은 알을 '무정란'이라고 합니다.
생명은 있지만, 생명의 씨앗을 품지를 못해 깨뜨릴 세상을 만나지도 못할 운명의 불완전한 생명체입니다.
평균 0.6 g.
수컷의 닭이 전해주는 생명의 씨앗입니다.

암탉의 갸륵한 생명품기는 유, 무정의 구별을 두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기 뱃속에서 나왔는지 조차도 따지지 않습니다.
21일간의 엄마가 되는 길은 경이로운 인내의 여정입니다.
암탉이 내딛는 엄마로의 첫걸음은 알의 잉태가 아니라, 체온 속으로 밀어 넣어 감싸안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면서 무방비로 제 한 몸을 죽음의 위험에 맞닥 뜨려 진 채 버티고 또 버팁니다. 항상 겁에 질려 도망치기에 급급하던 최약자가 엄마가 되는 순간만큼은 전사가 되어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댑니다.
잠시잠깐 모이와 물을 마시러 둥지를 벗어나거나 품은 알을 굴려 골고루 체온을 나눠주는 것을 빼고는 요지부동 꿈쩍을 않고서 엄마의 정성을 다합니다.
21일째.
마침내 파각의 용트림이 시작됩니다.
산모의 고통만큼이나 세상을 향하는 신생아의 애씀도 크다고 하는데, 껍질을 깨치는 새 생명의 투지 역시 만만치가 않은 모양입니다.
도와주지 않습니다.
제 껍질조차 제 힘으로 깨치지 못하는 나약함이라면 마주 할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요. 비정하기까지 한 엄마의 시선. 그 역시 자연계의 사랑법입니다.
가슴에 품는 것, 지켜보는 것, 포기하는 것 전부가 크고 작음이 없는 모정의 표현입니다.

기르던 보어 염소가 두 마리의 새끼를 수풀 으슥한 곳에서 낳았습니다.

손바닥 만한 두 마리의 새 생명이 엄마의 탯줄을 끊기 무섭게 스스로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생에 처음으로 생사를 가르는 혹독한 시험과 맞닥 뜨리는 운명의 시간입니다. 오로지 혼자서 넘어서야만 하는 가혹한 시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지쳐 쓰러지면, 몇 차례 핥아줌으로 응원을 보내는 것이 전부인 애미의 눈은 간절하기만 합니다.
여린 생명이 운명을 가르는 시간, 30분입니다.
자연계는 참으로 냉정합니다. 애미는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박차고 일어나 첫걸음마를 내디딘 녀석은 삶의 길로 따르고, 일어서지 못한 녀석은 남겨집니다. 돌아보지 않습니다.

몇 해 전, 어느 유명 배우의 자식 문제로 매스컴의 노리개가 되었던, 입양과 기른 정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낳은 정과 기른 정.


포란을 위해 웅크린 암탉의 체온은 차별이 없습니다.
맷퇘지 새끼 마냥 등에 줄을 달고 난 녀석들과 샛노란 병아리가 짧은 다리로 총총거리며 바쁘게 애미를 쫒습니다.

평화로운 풍경 뒤에는
생과 사를 넘어선 위대한 사랑과 간절함이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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