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번만, 안아보자.

by 김석철
견내량




두 팔을 벌렸다.
제 어미 보다 훌쩍 커버린 다 큰 처녀에게...
자란 키만큼이나 나의 세월도 흐른 것을.
그래, 한 번만 안아보자.

주저앉은 어깨가 들썩였다.
애써 숨기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토닥거려 줄까, 괜찮다고 말해줄까.
그래, 한 번만 안아보자.

버림받은 인생,
지지리도 안 풀린다.
나는 하는 일마다 왜 이렇노, 친구야.
전화기 너머로 풍겨오는 진득한 쐬주내음, 그보다 더 짙은 꼬부라진 한숨소리.
미안하다, 친구야.
한 번을, 안아주지 못했네.

그때,
한 번만 안아줄 것을!
세상 사람 다 욕해도 나만은 니 편이 되어줄게.
그 한마디가 그렇게나 어려웠나.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그랬더라면...

.
.

.
누가,
나도
한 번만
안아 줬으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등병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