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MBTI는 결혼 후 T가 되었습니다.

F였던 내가

by 원빌리

미혼일 땐 항상 감정적이고 내 기분 밖에 몰랐으며 직장 내에서도 내 잘못과 무관하게 기분이 나쁘면 티가 많이 났다. 흔히 말하는 요즘 MZ 같은 느낌이다. 친정 엄마는 내가 취직하자마자 입버릇처럼 말했다.


여자도 경제력이 있어야 돼! 절대 퇴사하지 마! 바보 같이 살지 마!

엄마도 육아만 했다가 집 경제가 어려워지니 투잡 쓰리잡을 뛰었었다. 아마 본인 인생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는 잔소리였다.


근속연수가 10년이 다되어 갔고 좋은 남자도 만났다. 그는 내가 회사일로 힘들어하니 그만두고 내조를 하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해준 게 고마워서 조금 더 버텨 보기로 했다.



최고의 위로는 부정어가 아닌 긍정어였다.



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를 해주는 배우자가 나는 내심 고마웠던 것 같다. 내 부모조차도 내가 힘들다고 하면 본인이 더 힘들다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는데, 외벌이가 되면 나를 먹여 살리는 부양자가 되는 게 뻔해도 이런 말을 해줬다.


그렇게 사귄 지 몇 개월 만에 상견례를 하고 일 년 뒤 식날짜까지 잡았다. 중간에 메리지 블루로 위기도 있었지만 하자는 대로 잘 따라와 준 남편이라 무리 없이 결혼도 했다.


우리는 허니문 베이비도 같이 만들어서 귀국했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출혈이 잦았고 병가에 들어갔다. 무사히 출산까지 하고 나니 퇴사 욕구가 쏙 들어갔다. 나는 이 감정도 모성애라고 생각했다.


자식이 생겼으니 더 악착같이 벌아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달까? 원래도 애 둘은 낳고 싶었는데 복직했다가 다시 휴직 가야 하는 텀을 두기 싫었다. 그렇게 14개월 연년생을 낳게 됐다. 출휴-유급육휴-출휴-유급육휴.


유급 육휴까지만 쓰고 복직했다. 복직한 날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내 인생에 휴•퇴직은 없다.


휴직 약 3년간 정말 미치도록 복직이 하고 싶었다. 육아 집안일만 반복하는 내가 마치 쓸모없고 무능력하며 망가지는 외모는 더욱 꼴 보기가 싫었다. 3년의 휴직 중 90킬로가 넘었던 몸은 72킬로까지 감량한 상태였다.


복직날 겨우 들아가는 스판바지를 찾아서 입었으나 터질듯한 단추가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장이라곤 쿠션에 아이브로우 립스틱이 전부였다.


회사에 다니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고, 정말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서서히 체중감량이 되면서 앞자리가 6으로 바뀌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이 외에는 생각할 겨를도 신경 쓰고 싶은 체력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과거처럼 퇴사를 하고 싶다던지 화난 티를 내는 것이 없어졌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내가 빌런이 되어주마 하며 너보다 더 오래 다닐 거라며 생각했다. 실제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똑같이 대응해 주면 상대방이 휴직을 가거나 전배를 가버렸다.


내가 빌런이 되어 주마

애 둘을 낳은 유부녀는 악으로 깡으로 사회생활을 버티기로 했다. 아참 남편에게 그 당시 진짜 내조하길 바랐냐고 물어보니, 맞벌이하길 원했고 내가 퇴사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강했었다고 한다.




정말... 넌 나를 잘 아는구나...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이 사진 속 모습은 복직하기 직전 데이트다. 둘 다 굴러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