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벽증은 아닙니다만?

정리 정돈의 원칙

by 원빌리

나는 지인과 가족을 집에 초대할 때 특별히 청소를 더 한다던지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애초에 불편한 관계의 사람이라면 집에 초대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매번 방문하는 사람마다 내게 하는 말이 있다.


집 진짜 깨끗하다.

처음에는 빈말인 줄 알고 흘려 들었는데, 오는 사람마다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내 기준으로는 사실 깨끗하다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A라는 물건이 해당하는 자리에 정확히 있을 것 그리고 위치한 자리에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것.



신발은 한 켤레씩만 꺼내두고, 빨래는 빨래통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설거지를 했다면 선반에 모두 넣어놨고, 설거지 거리가 있다면 아일랜드 상에 두지 않고 싱크대 내부에 넣었으며, 건조가 다 된 빨래는 옷장에 두었다. 장난감은 사용 후 자녀에게 정리하도록 유도 후 티브이를 보여줬다. 장실 변기는 주기적으로 거품 락스를 뿌렸고 세면대 하수구도 헌 칫솔로 양치할 때 한두 번 쓸어줬다. 자기 전에 세면대 샤워부스 물제거를 해주니 곰팡이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자세히 보면 집 곳곳에 먼지가 많았지만 작아서 보이지 않았으며, 약병 수저통 휴지 같은 용품들은 식탁 손 닿는 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만 이 형태가 식탁 위에 있는 게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다. 일종의 보호색이랄까.


내가 위처럼 정리하는 습관이 생긴 이유는 단순하다. 어릴 적 내 가정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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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정리 정돈을 하라며 잔소리하던 친정 아빠는 정작 본인 집에 놓인 협탁 탁자 식탁 책상 모든 곳에 자동차 피규어, 미니 분제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 먼지 양념이 엉겨 붙은 냄비받침 등등 손 닿는 곳에 편하게 쓰려고 마구잡이로 올려뒀다. 심지어 집에서 담배도 폈다.


우리 집이었지만 니코틴 냄새와 먼지가 엉켜 붙은 물건 모양새 때문에 항상 불만이었으며 싱크대에는 음식물 냄새가 항상 났다.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득실 거렸고 현관에 내 신발은 한 켤레밖에 없는데 신발로 가득 차서 매번 널브러져 있었다.


깨진 창문이론처럼 이미 무질서한 정리 상태에 나는 질려버려서 저당 시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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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면서 집안일까지 하려니 육아는 솔직히 벅참을 느꼈다. 다만 내가 집안일을 할 때 남편이 육아를 해주고 본인도 불만이 없었다. 칼같이 50대 50으로 겼다면 부부싸움이 됐을 테니.


요즘 예민하고 말 많은 나랑 살아주는 남편에게 매일 고생했다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자녀에게도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 라며 자기 전 속삭여준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다는 내 욕망을 실현하게 해 준 로봇 청소기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