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참는다 (1. 욕 듣는 식물)

양과장의 고군분투 직장생활 이야기

by 양과장

"양과장~ 이거 한 번만 봐줘~"


'또 부르네....저 자식..'

속으로 욕을 하며 정팀장 모니터 옆에 가서 선다.


하, 그럴 줄 알았다.

또 별 것 아닌 일로 나를 호출한 것이다.


정팀장은 업무 우선순위를 따질 줄 모른다.

컴퓨터도 잘 할 줄 모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느리다. 심지어 운전도 느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겨우 승진을 해서 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아.. 이거는 이렇게 이렇게 하면 해결될 것 같은데요?"


"아 그렇지~! 고마워!"


얼굴을 찌뿌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남의 시간은 귀한 줄 모르고 본인 업무만 세상에서 제일 급한 줄 아는 머저리...


어쩌다 내가 저런 팀장의 팀원이 된 것일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이고 일이 너무 많다.. 이건 저녁에 해야지~"


정팀장은 습관적으로 야근을 한다.

널널한 부서든 바쁜 부서든 어느 부서에 있든지 마찬가지다.


누가 보면 세상에서 제일 일 많고, 바쁜 사람인 줄 알거다.

정팀장이 말하는 것만 보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다니는 사람보다 훨씬 바빠보인다.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옆 부서 팀장과 너무 비교된다.

옆 부서 팀장님은 승진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하신 분이라

어떤 업무든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야근도 절대 안 한다.

매일 매일 몸빵하면서 야근하고 뿌듯해하는 정팀장하고는 다르다.


사실 정팀장은 시험을 봐서 승진한 것이 아니다.

승진 시험에서 여러 번 탈락했고(그건 옆에서 보니 당연해 보인다)

오래 버티면 연차에 따라 승진시켜주는 그 방법.

연차 승진으로 겨우 승진이 된 것이다.

그러니 옆에서 보고 있으면 다른 스마트한 시험 승진 합격자들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예~예~ 이렇게 해드릴까요? 제가 바로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예~예~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전화를 끊고) 이 놈의 새끼는 #@^#$^#는 @#%@#%한 놈이네...

능력이 없으면 그 자리에 쳐 앉아있지를 말든가!!! 왜 쳐 앉아있냐!!!"


정팀장의 특징은 방구석 여포라는 점이다.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뒤에서는 오지게 쎈 척을 잘 한다.


방금 통화는 상급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해달라는 전화가 온 것이었는데,

정팀장은 늘 전화 상으로는 무조건 알겠다고만 하며 납작 엎드리다가

전화를 끊으면 갑자기 180도 다른 사람처럼 돌변하며 화를 내는 것이다.


문제는 팀원인 내가 맨날 저 욕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젠장...


식물한테도 계속 대놓고 욕을 하면 식물이 결국 시들시들해지다가 죽는다는 실험 결과를

예전에 어디서인가 본 것 같다.

나도 이러다가 식물처럼 시들어가면 어쩌지?


떠나는 게 답인가?


정말 하루 하루가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