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장의 고군분투 회사생활 이야기
오늘은 사무실 서랍 속에 감추고 살았던
묵은 서류들을 꺼내어 버리는 날이다.
오전부터 주무팀 서무가 와서 작업을 시작하라고 독촉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정말 귀찮았지만 안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어거지로 몸을 일으켜서
캐비넷의 온갖 서류를 열심히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부서의 모든 직원들이 모두 참여해서 열심히 작업 중인 상황,
근데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며 앉아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성미정 과장.
성과장은 평소에도 이기적인 행태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니 근데.. 바로 옆에서 저렇게 모른척을 한다고?
다 같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게 보이지도 않는 건가?
심지어 성과장보다 나이 많으신 차장님들도 열심히 작업을 도와주고 계신다고!!
충격과 공포에 가득 차 황당한 눈길로 옆에서 일하던 최대리에게 눈짓을 보내니
최대리가 성과장을 한 번 쳐다보고는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만다.
커피를 홀짝 홀짝 마시며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를 보니
나도 그냥 쳐다보기도 싫어 다시 서류 정리 작업에 집중했다.
가서 일 같이 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참...
에라이..
묵은 서류에서 나오는 먼지나 저 쪽으로 실컷 날려주자~!
"엇! 김과장님 이거 보세요!"
이 와중에 갑자기 나를 부르는 최대리
"엥? 왜왜?"
"이거 보세요, 완전 새거인데요?"
가서 살펴보니 언제 사 둔 건지 모를 갤럭시 핏이 새 상품으로 한 박스에 담겨있었다.
짐작컨대 아마 외부고객 미팅 때 사용하려는 용도로 사 둔 것 같았다.
캐비넷 안쪽에 이 귀한 것들이 고이 잠들어 있었다니... 이게 왠 떡인가!
"이거 전부 몇 개야? 몇 년도 제품이지?"
직원분들께도 나눠줘야겠다 하고 최대리랑 머리를 맞대고 박스를 뒤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마치 시베리아에 온 듯한 쎄한 느낌이 들었다.
'뭐야...?'
마치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긴급한 속도로 쫓아와서 우리 뒤에 서 있는 그녀.
바로 성미정 과장이었다.
"어머 이거 뭐에요 뭐에요??? 이거 가져가도 돼요??"
너무 황당한 어떠한 리액션도 하지 못한 채 최대리를 쳐다봤는데
최대리 또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오 이거 갤럭시핏이네~ 저 하나 가져갈게요~~"
그 고고한 손으로 제품을 하나 집어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성과장..
아무렇지 않게 다시 앉아서 모니터만 쳐다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벙져버린 나와 최대리
옆에서 힘들게 작업할 때는 다른 세상인양 모른척 하더니
콩고물 떨어질 것 같으니 당장 달려와서 제 몫은 야무지게 챙기는 그녀...
저런 모습을 실속있다고 해야 하나
사회성이 결여된 이기주의자라고 해야 하나
(소시오패스라고 해야 하나)
하루하루 인류애가 상실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