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참는다(6. 의외의 공통분모)

양과장의 고군분투 회사생활 이야기

by 양과장

오늘은 양과장이 국장님과 함께 서울 출장을 가는 날이다.


국장님은 정팀장이나 형구 차장처럼 양과장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오히려 좋은 분에 가깝다고 봐야겠지만

단 둘이서 출장을 가야한다는 사실에 양과장은 일단 숨이 막혔다.

좋은 분과 단 둘이 있는 것과 편한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휴, 어쩌겠어.. 회사생활이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돌아오는 길엔 혼자 올 수 있으니 힘내자...'

(다행히 국장님은 본가가 서울이다.)


아침 일찍부터 KTX역에 가기 위해

국장님 숙소로 차를 몰고 갔다.


"어 양과장~ 여기야 여기!"

국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조수석에 탑승한다.


"국장님, 안녕하세요~"

"응 양과장~ 데리러 와줘서 고맙네, 이거 마셔~"


국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내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양과장은 아직 젊어서 아이스 마시지? 나는 아직까지는 따뜻한 걸로 마셔"

"아 국장님.. 감사합니다!"


센스있게 아.아를 사주시는 국장님이라니...

이 정도면 정말이지 선녀 국장님이다.


이윽고 KTX역까지 이어지는 30분간의 대화,

회사 생활, 부서 직원들 이야기, 승진 이야기, 자녀 이야기...

양과장은 운전하면서 리액션까지 하느라 반쯤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그래도 평소보다 열심히 밟아서 일찍 도착한 KTX역.

다행히 좌석은 각자 따로 예매해서 서울까지는 편히 갈 수 있었다.


"이따 서울역에 도착해서 뵙겠습니다~"

"그래 양과장, 편하게 쉬면서 와, 아침부터 운전하느라 고생했어!"


'말씀이라도 따뜻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빨리 국장님과 떨어지고 싶어서

축지법으로 기차에 올라타는 양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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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자마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나고,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니 어느덧 서울역에 도착했다.

양과장은 내려서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국장님을 찾아본다.


"국장님~~~!!"

"엇 양과장~거기 있었구만~"


다시 시작된 국장님과의 수다 타임

KTX타고 올라오는 내내 서울가서는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하면서

이야기 주제를 열심히 생각해 온 내향인 양과장이다.


"아 그러고보니 양과장, K리그 본다면서?"

"엇 국장님.. 어떻게 아셨어요?"

"정팀장한테 들었지~ 직관도 보러가고 한다면서, 나도 사실 K리그 짱팬이야"

"헐.... 국장님 진짜에요? 저 회사에서 K리그팬 처음 봅니다"

"응. 나는 전북팬이야. 양과장은?"

"저는 사실... 광주팬이긴 한데요, 광주라는 팀도 좋지만 이정효 감독님때문에 K리그를 시작하게 되어서요

어떻게 보면 이정효 감독님 팬..?ㅎㅎ"

"오~ 이정효 감독 유명하지, 지금 수원삼성인가? 거기로 가지 않았어?"

"맞아요! 잘 아시네요 국장님, 그래서 저 지금 광주 경기도 보고 수원삼성 경기도 챙겨보고 아주 바쁩니다. 하핫 그리고 최근에는 이정효 감독님 자서전까지 샀어요 ㅎㅎ"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K리그 수다는 이어졌다.


"그나저나 국대경기가 예전같지 않아서 걱정이야.. 오히려 요새는 K리그가 더 볼만하다니까.."

"맞습니다 국장님.. 엊그제 대표팀 완전 대패한거 보셨어요? 하.. 이래서 감독이 중요한건데..."

"그러게 말이야.. 이래서 누가 축구보려고 하겠어. 올해 월드컵도 아마 성적 안 나올거야"


'이 대화.. 회사 사람이랑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편하다..'


국장님과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를 주제로 실컷 이야기할 수 있다니

놀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신기한 양과장이다.

사실 어젯밤부터 국장님과 어떠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걱정하면서 잠자리에 누웠었는데

그러한 걱정들이 무색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동안은 사무실에서 분노를 참느라 에너지를 다 썼는데,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을 참느라 혼났네'

라고 생각하며 양과장은 피식 웃는다.


상사 앞에서 축구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출장길이라니.

'참는다'는 단어의 온도가 조금은 바뀐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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