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장의 고군분투 회사생활 이야기
양과장은 점심시간에 혼밥을 즐긴다.
업무시간에 직원들과 소통하고 억지웃음으로 비위를 맞추는 것도 진이 빠져서
점심시간이라도 편히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매일 샌드위치나 닭가슴살 등 간단한 도시락을 싸와서 휴게실에서 빠르게 먹고 쉬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의 평화는 눈치없는 김형구 차장으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양과장~ 맨날 뭘 그렇게 혼자 먹고 그래? 오늘 점심은 외롭지 않게 부사원들이랑 같이 먹게~"
"아....그럼 그럴까요 하하하"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면서 샌드위치를 냉장고에 넣어놨다.
'오늘 저녁 메뉴는 강제 샌드위치네.. 쩝'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
근데 부서원들이 다들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인다.
"점심시간인데 식당 안 가세요? 늦게 가면 줄이 길어서 오래 기다릴텐데..."
옆자리 과장님께 여쭤보니 눈짓으로 쓱 형구 차장을 가리킨다.
외부 클라이언트와 심오하게 통화 중인 형구 차장...
본인의 지식을 뽐내는데 한 없이 심취해 있다.
형구 차장의 특징은 뭔가를 설명하려 하면 핵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제에 관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장황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대해 설명한다고 하면
넷플릭스가 언제 탄생했고 누가 만들었는지부터 모두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st
일단 다른 부서원들도 있으니 눈치를 보며 기다려볼까 하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간다.
'점심시간은 1분 1초가 소중한데 이게 웬 말이냐.... 하'
형구 차장은 본인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 직원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신나게 말을 이어 나간다.
자신의 지식을 뽐내다가도 또 상대방에게 면박을 주기도 하면서...
나라면 미안해서라도 다른 직원들 먼저 가라고 말했을 텐데....
냉장고 속의 샌드위치가 떠오르면서
마음 속 분노가 급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어느새 12시 30분.
드디어 통화가 끝났다.
"아이고오~~ 어쩌지~~ 미안미안 통화가 길어졌구만 허허 ^0^
얼른 밥 먹으러 갑시다~"
사람 좋은 척 웃어보이는 형구 차장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있었고 그건 양과장도 마찬가지였다.
느지막이 도착한 구내식당은 이미 한 차례 전쟁을 치른 후와 같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메인메뉴인 닭볶음탕은 닭뼈볶음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살코기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밑반찬 또한 모두 떨어져 영양사분이 냉장고에서 찾아 급하게 내놓은 듯한
간장과 고추장 어묵볶음만이 남아 있었다.
이 와중에 싱글벙글 웃으며 닭뼈볶음탕을 식판에 쓸어 담고 있는 형구 차장의 모습을 보니
그저 한숨만 나왔다.
밥이라도 좀 원하는 대로 편히 먹을 수는 없을까..?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겨운 회사 생활에
오늘도 또 속이 갑갑해져 오는 양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