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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영 Oct 08. 2024

                    내 무의식의  방엔

                                꼭지가  산다.

"꼭지야  꼭지야  엄마  어디  가셨노?"

어린 시절 나는 이름대신 꼭지라고 불렸다.  당시엔 아들이  없는  집  막내딸을  꼭지라고 부르면 남동생을 본다는 속설이  있어서  나도 그리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이 "  꼭지는  왜  꼭지고? 라  물으면 나는 어김없이  "  아들 낳지  말라고  꼭 지래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모두가 큰 소리로 웃고  "  야  아 대답하는 거 보소  아이고  웃긴다 "  라며  깔깔댔다.

  나는  그들의  웃음이 나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반대로  대답해서  웃어제끼는 그들과 함께인  순간이 좋아서 일부러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웃음은 웃음이니까.

             꼭지 꼭지 산꼭지 수도꼭지 사과꼭지

             무엇하러  나왔나  큰 사람 되러 나왔지

  이런  가사에 맞춰 언니들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일명 꼭지송이라고 해서.

지금도  친척  어른들이나 당시의 주변분들은 나를 꼭지라고 부른다.  모든 것의 끝자락 꼭지. 끝에  붙은  존재  꼭지.

꼭지라 불리면서  나는 그  이름이 창피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꼭지는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꼭지 같은 애.

  살면서 이후에는 또 다른 이름들이 생겼다. 천주교 세례명인 효주  아녜스.  한국인  성녀의 이름이라 효주와  그녀의  세려명  아녜스까지 합쳐져 두 개나 되었다.

어학연수를 가서는 영어이름 코코로  불리웠다.

선영, 꼭지, 효주 아녜스 , 코코.  내 이름들이다.

  때마다 장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 보니  시간은  흐르더라.

  요즘은  남편이 나를 꼭지야라고  부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부를 때마다 나는  또다시  80년대 부산 영도에서 막내딸이던 나로 돌아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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