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은 공정한가

같은 법 아래에 있다는 감각에 대하여

by 무화과

전 영부인 김건희 1심 재판 결과

스크린샷 2026-01-31 오전 12.37.27.png 연합뉴스

이번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많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판결이 내려졌다. 바로 대한민국 전 영부인 김건희에 대한 1심 판결이다. 김건희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왔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 4천여만 원을 구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윤석열 정부 시절 김건희는 여러 차례 보호를 받아왔고, 며칠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 역시 특검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이번 판결 또한 특검 구형과 비슷하거나 더 무거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판결은 예상과 달랐다. 재판부는 특검 구형보다 훨씬 낮은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약 1,200만 원을 선고했다. 세 가지 혐의 중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었고, 유일하게 유죄로 인정된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중 일부였다. 이는 통일교로부터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약 8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부분에 해당한다.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약 8억 1천만 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했으며, 명태균으로부터 2억 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을 받았다.)


1심 판결 이후 생각나는 다른 재판

김건희 1심 판결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난 또 다른 사건이 있다. 2011년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를 해고한 것은 적법했다고 판결한 사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버스기사의 800원 횡령에 대해,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이 사건 판사인 오석준 대법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다. 당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해당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사정을 참작하려 했으니 살피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위 두 사건은 적용되는 법 영역도, 절차도 다르다. 전자는 형법에 판단하는 사안이고, 후자는 행정법과 노동법을 바탕으로 정당성을 따지는 재판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건이 비교되어 생각나는 이유는 8억 원과 800원의 격차에서 오는 감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반복될수록 시민에게는 법이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는 지나치게 신중한 판단이, 누구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판단이 적용되는 듯한 인상 속에서 흔들리는 것은 판결의 논리보다 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다.


대한민국 법 시스템

대한한국법은 성문주의와 대륙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 성문주의는 문서화된 법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법전에 적혀 있는 법률이 가장 중요하다. 성문주의는 국민이 미리 법을 알 수 있고, 판사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륙법은 법전과 조문을 중심으로 판사는 해석을 하는 시스템이다. 즉 한마디로 한국의 법 체계는 법을 미리 문서화해, 기준을 삼아 사회를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시스템 속에서 '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법의 언어는 추상적인 단어가 많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면 안 된다.' 어떤 것이 정당하고 어떤 것이 정당하지 않는지는 판사의 해석에 따라 유무죄로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성문주의와 대륙법 체계를 채택하고 있어 문서화된 법을 최우선으로 삼지만, 실제로는 판례를 통해 법의 의미가 재구성되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같은 법을 적용하더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죄의 유무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김건희 1심 판결 중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부분이 그 예시다. 특검은 당시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에게 여론조사가 무상으로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해 유죄로 인식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단순히 여러 수혜자 중 한 사례로 축소해 해석해 무죄로 선고했다.


법의 언어는 국민 모두의 것이지만, 그 해석은 결국 소수 판사의 몫이다. 이 때문에 법은 평등을 말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그 결과를 불평등하다고 체감하게 된다.


신뢰받지 못하는 법원

스크린샷 2026-01-31 오전 12.30.45.png 대한민국 법원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국민법의식 실태조사’을 따르면 응답자 65.2%는 ‘법은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에 동의한 반면, ‘법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와 ‘법은 권력을 통제한다’는 항목에는 각각 56.5%, 53.8%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또한 ‘법은 공정하게 집행된다’는 질문에 동의한 비율은 52.9%에 그쳤다.


이러한 인식은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시사인에서 진행한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법원의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4.11점이다. 또한,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에서 기관 및 집단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법원은 10점 만점에 3.8점을 얻었다.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검찰(3.2점)의 뒤를 이은 점수이다. 세 개의 설문조사를 통해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원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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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다. 권력의 집중과 독재를 막기 위해 입법·행정·사법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도록 한 것이 헌법 질서의 출발점이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입법·행정·사법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었던 경험은, 권력이 한 곳에 모였을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얼마나 쉽게 짓밟힐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제도 개혁을 통해 권력을 세 영역으로 나누고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강화했다.


법원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이 다짐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법원은 과연 삼권분립의 취지에 맞게 정부와 국회를 감시·견제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는가. 법원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가, 아니면 들어야 할 목소리는 외면한 채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이들의 이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이 질문들은 더 이상 일부의 과도한 비판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낮은 사법 신뢰도를 통해 국민의 사법 불신이 이미 임계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사법부가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또 다른 권력 집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순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토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법원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스스로 자정 기능을 강화하고, 권력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재판을 통해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는 기관이 되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그것이야말로 법원이 스스로 정당성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참고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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