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생리대 논의를 넘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

by 무화과

여성은 생애주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월경이다. 여성은 초경부터 약 40년 동안, 300회에서 500회 월경을 경험한다. 이는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인생의 긴 시간을 함께하는 반복적인 과정이다. 그만큼 월경은 개인의 생활 리듬과 건강, 소비 구조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


월경은 선택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이자, 지속적인 비용이 뒤따른다. 생리용품은 단순한 편의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매달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용은 오랫동안 월경하는 여자 개인의 몫, 조용히 처리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생리용품이 몇몇 기업 손바닥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생리대.png

생리대 가격과 관련된 문제는 20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2000년대 초반 여성의 건강권과 기초 생활필수품에 대한 세금 부당성을 지적하며 일어난 부가가치세 면세 요구가 있었다. 그리고 2004년 가격 안정화를 목적으로 부가가치세 면세 품목으로 지정되었다. 2016년에는 유한킴벌리 가격 인상과 철회,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생리용품 회사 간의 담합 조사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에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 한마디 했다. "우리나라 생리대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 그 원인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대한민국 생리대값 논란은 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논란이 아니다. 2023년 여성환경연대가 세계 월경의 날에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가격 ·광고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513종과 11개국 생리대 69종 가격을 비교해 보니 국내 생리대 1개 평균 가격이 해외 생리대 보다 약 39.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샷 2026-01-28 오전 8.33.04.png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한국 생리대가 비싼 이유

한국 생리대 시장은 상위 3개 업체(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 나라)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상위 업체 중에서도 유한킴벌리는 전체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소수의 기업이 독식하는 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결국 가격은 소비자보다 기업 쪽에 유리하게 정해지기 쉬운 구조이다. 여기에 생리대라는 제품의 특성이 더해진다. 생리대는 '기호물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 기업이 가격을 높이더라도 소비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낮다. 즉, 비싸게 팔아도 팔리는 시장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 생리대 시장의 경우 P&G가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 (한국은 개당 200원대, 미국은 개당 30~60원대) 또한 다른 나라에서도 생리대 시장을 보면 규모의 경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은 FTA로 인해 공산품 관세가 거의 없는 나라이다. 생리대 역시 관세가 0% 가깝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한국 생리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가격일까?


첫 번째, 시장에 새로 들어갈 길이 없다.

생리대는 다양한 소비자 요구가 있을 수 있는 상품이다. 특정 기능이나 특정 체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상품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생리대가 공산품이 아니라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서, 제조와 관리에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에게는 애초에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차단하는 벽이다. 이런 상황으로 기존의 시장이 더욱 견고해지고 새로운 시장발생이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두 번째, 고정된 유통구조

대형 생리대 업체들은 마트와 편의점 매대를 장악하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쭉.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가 생긴다고 해도 소비자에게 노출될 기회 자체가 적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리대는 급하게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품이다. 이런 제품일수록 접근성이 중요한 상품이다.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망이 잘 구축된 쪽이 유리한 구조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지기 쉬운 것이다.


실제 생리용품 스타트업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리대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생산예측과 생산&유통을 달리하면 유기농 생리대를 시중가격보다 절반 수준으로 공급도 가능하다고 했다.


세 번째, '프리미엄화' 전략

2017년 몇몇 개 브랜드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생리대 내에 유해물질에 대한우려가 제기되자,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보다 마케팅에 활용했다. 2020년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리대의 97%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자료가 나왔다. 기업들은 발표에 대해 유해물질 자체를 제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문제가 된 성분 저감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유해물질 저감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시기제조업체들은 유기농, 순면, 안전 인증 라벨 부탁을 하며 프리미엄화 전략을 추진했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상승했다. 또한 기업들은 프리미엄화 전략을 사용하면서 저가 제품을 축소하거나 단종시켰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은 소비자 요구에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높은 마진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28일 오후 06_15_37.png 챗GPT 생성이미지

대통령 한마디에 출시된 저가 생리대

위에서 언급된 듯이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생리대 가격에 대한 조사를 해보라는 한마디의 파장은 업계를 뒤흔들었다. 유한킴벌리는 기존 중저가 생리대의 오프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새로운 중저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LG유니참 또한 가격을 낮춘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또한 유한킴벌리는 출시뿐 아니라 중저가 생리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오프라인 유통과 판매 확대를 발표했다. 일부 상품을 다이소와 대리점에 유통하고, 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가 생리대를 넘어

한국 사회에 가장 큰 문제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저출생'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출생률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면서도, 정작 그 출산이 가능한 몸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는 잘 묻지 않는다. 생리의 불편함과 위험은 여성 개인적인 문제로 넘겨버리고, 출산만 국가가 걱정해야 할 일로 여긴다. 하지만 출산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먼저 생리가 안전해야 하지 않을까.


월경권을 내버려 둔 채 출생률만 강조하는 건 모순이다. 여성의 몸은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다. 국가가 진짜로 아이를 원한다면, 그보다 먼저 여성의 몸이 안전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깔창 생리대', '발암물질 생리대'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는 여성의 몸이 안전한 사회적 환경을 책임져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한덕수, 자유로워지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