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 사역을 따라 다녀온 날

돌길 위에 꿇은 무릎들

by 천소희


드디어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5K 구제 사역을 함께 했다.


5K 사역은 매주 센터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과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식료품을 나누어주는 구제 사역인데, 주일 헌금 시간에 현지인 성도들이 이를 위해 따로 드린 헌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탐방으로 이사 가면 꼭 함께 해야지 하며, 마음에 품고만 있던 일이었는데, 드디어 함께할 기회가 찾아와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센터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각 집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센터 친구들이 직접 준비한 식료품을 건네드린 후 손을 잡고 기도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다음 집으로 향한다.


센터 아이들이 돌길 위에서도,

흙길 위에서도 주저 없이 무릎을 꿇고 식료품을 건네 드리며 기도를 하는 모습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 센터에서 몇 걸음만 뒤로 물러나면, 곧바로 판자촌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으로 똑똑히 보았다.

예전에도 어렴풋이 알았지만…

어릴 땐 관심이 없었다.

그게 오늘따라 너무 부끄러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조금 더 멀리 계신 분들에게 음식을 전하러 가던 길.

이상하게 마음이 일렁였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애써 참았다.


그 눈물은

부끄러움이었을까,

미안함이었을까,

아니면...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쏟아져 내린 것이었을까.


어쩌면 모두 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나를 태워주던 현지 자매가 물었다.


“소희 언니, 캄보디아에 살 때 힘들지 않았어요?”


그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힘든 때도 있었지만… 좋은 때도 많았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꾹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오려 했다.

그 친구가 놀랄까 싶어

뒤에서 몰래 눈물을 삼켰다.


그 눈물은 또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의 상처가 건드려져서였을까,

아니면 오래 기다린 위로가 찾아와서였을까.


그런데 그 한마디가

내 안의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이 천천히 녹아내렸고,

동시에 깨달았다.


선교사가 되어 돌아왔지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아픔들로 인해

이 나라 사람들을 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이들에게 받았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상처와 두려움에 휩싸여 철없고 미숙했던 나를,

이토록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였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 내 마음에 부어졌다.

그냥,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내 안의 상처를 덮고,

잊고 지냈던 어린 날의 아픔을 위로했다.

그리고 나의 교만과 무관심을 회개하게 했다.


그리고 눈물이 차오르던 그 순간, 문득 알았다.

왜 하나님께서 나를

이 땅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셨는지.


다른 이유도 많겠고,

다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내가 아팠던 그곳에서

다시 나를 회복시키시기 위해,

그리고 그곳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려고

이곳으로 다시 부르셨다.


오늘, 하나님께서 나를

다시 사랑받는 자로, 주는 자로 부르셨다.


이 땅을 향한 그분의 마음으로.



Epilogue


오늘은 촬영을 하며 사역의 모습을 담느라

함께 무릎을 꿇고 드리진 못했다.

하지만 다음엔 나도 그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내 아이들도 함께 데려와 이 시간을 나누고 싶다.

작은 손으로 봉지를 들고, 같은 눈높이에서 기도하는 그 순간이 아이들에게도 잊지 못할 믿음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