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청년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우리는 사회에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인 것인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
일평생 공부와는 담쌓고 지낸 내가 과연 이 나이에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일단 앞뒤 구분하지 않고 작년 여름에 실행에 옮겼다.
비싼 인터넷 수강료를 지불하고 지랄 맞게 무거운 교재도 구입하고
하지만 공부를 하는 내내 불만이 쌓여갔고 결국에는 속마음에서 삐져나오는 나의 본심이 나를 좌절시킨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혹은 훨씬 과거 학업생활이 시작된 뒤부터 내 본심은 변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였다. 나는 비효율적인 것을 싫어한다. 죽을 만큼 싫어한다.
거기에 한국의 교육방식은 비효율의 끝판왕이다.
한국은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가?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학구열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벨상을 받은 학자는 없다.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과 그 교육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건 이미 오래전 밝혀진 바다.
그리고 더욱 안타깝지만 조만간 이 암울한 교육시템이 바뀔 일은 없다.
그래서 결국 내가 싫어하는 공부를 나는 시작했다. 먹고살기 위해서.
그렇다고 내가 무식하지는 않다. 여럿 다큐멘터리, 영화, 과학지식, 심리, 경제, 등등 인터넷으로 많은 것을 학습했다. 하지만 내가 습득한 지식은 높으신 분이 보기에는 분별력이 없나 보다.
결국 정해진 시스템이 가르치는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데 이게 참 지랄 맞게 광대한 범위를 가르친다.
시험도 킬러문항이니 하면서 돈 없는 집안에게는 은근 불공평한 시스템을 들이댄다.
부잣집 아들내미 딸내미들은 비싼 과외받고 한자리 떡하니 차지할 수 있고 자식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다면 가업을 물려주면 된다. 아니면 뭐라도 해보라고 집 한 채 혹은 자기 회사에 자리하나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들에게는 주어진 선택권이 너무나도 많다.
거기다 돈도 많아서, 실패를 해도, 마인드가 쓰레기어도, 무능해도 그냥 돈으로 밀어붙여 억지로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돈이 없으면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
대한민국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인맥이 없다는 것이고 인맥이 없으니 밑바닥 고만고만한 얘들끼리 어울리고 그렇게 고만고만한 얘들끼리 뭉쳐서 그럭저럭 살다가 한번 삐끗하면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그런데 인생 살면서 한 번도 삐끗하지 않을 수가 있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던데...
즉, 나는 일하고 싶다. 정확하게는 꿀 빠는 사무직으로 가고 싶다.
거기에 나는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한참을 지났는데 방구석에서 선비처럼 책이나 읽어야 하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다. 내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나에게 주지 않는데 뭘 시작할 수 있겠는가?
초중고 상위권으로 유지하고, 인서울 대학졸업에, 중소기업에,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게 너는 쉽니? 좋겠다. 나는 어려운데, 난 한국에서 태어나서 정말 불행한데, 참 억울한데, 근대 내가 착해 보이는 걸까? 내가 무능해 보이는 걸까? 왜 나를 무시하는 거 같지? 니들이 정해놓은 규칙에서 빌빌거려도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규칙에서는 너희가 이상하고 나쁜 사람인데...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온실 속 화초들. 자기들은 올라갔다고 뒤에 올 사람 사다리를 차버리는 영악한 자들.
아무튼 결국 진실은 승리한다. 대한민국의 출산율만 봐도, 우리의 잘난 윗대가리도 그 참담한 결과를 가지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걸 보니 조만간 이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참다 참다 제대로 삐끗 한 번 하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세상 살면서 알게 된 진리 중 하나는 사람만큼 아름답고 완벽한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 똑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무서운 존재다. 아마 태양계를 통틀어서 가장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니들 규칙에서 놀아주기 싫다는 거다.
인생 짧은데 이 정도 노력했고 고생했으면 충분하다. 나는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잠잘 자고 건강관리하면서 행복하게 살란다. 다시 생산직에 들어가서 열약한 환경에서 기계부품처럼 사용되어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되더라도 나는 그때가 더 행복할 것이다. 아니면 잘나신 윗대가리, 니들이 내일이라도 당장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직장을 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