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문장을 만났다

어르신들과의 첫만남은 책의 서문과 같았다.

by 여전히봄

강사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수업은 매주 월요일이다.


12월까지 4개월간 어르신들과의 글쓰기를 한다.

지난해 강의했던 농촌지역과 달리 뜨거운 분위기에 강의 방향을 어찌 잡아야 할지 시작부터 고민이 컸다.

글쓰기라는 장벽을 알고도 찾아오실 분들은 과연 어떤 분들일까?

또 어떤 기대를 하고 오실까?


개강, 어르신들과의 글쓰기 수업 첫날이다.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 해도 첫 만남에서 인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서로 눈을 맞추는 기회이자, 함께하겠다는 마음의 정제된 표현이다.

강의실에 들어서니 예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오셨다.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말,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밝은 기운을 나누기 위해 부러 꺼내입은 연보라색 상의를 만지작거리며 수업 준비를 했다.


시작 전에 설문지를 나눠 드렸다.

어르신들의 쓰기의 정도를 파악하고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여쭙고 싶었다.

드디어 자기소개의 시간, ‘나’를 알리고 수업 참여동기를 들어보는 순간이다.

두근두근!


열다섯 분 모두 앞으로 나와 발표해 주셨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요.’

이날 참여한 한 분 한 분의 소개는 마치 한 권 한 권 책의 서문과 같았다.

짤막한 인사 속에 세월의 아쉬움이, 현재의 의미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름 석 자 뒤에 가려진 세월의 아련함과 회한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그때 내 귀에 들어온 한 문장이 있었다.

“이젠, 나를 찾고 싶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가슴에서 뭉클함이 밀려왔다.

첫 수업에서부터 이토록 간절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어르신들은 비슷한 이유로 수업에 찾아오셨다.

뭘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라서, 글쓰기를 배워 본 적이 없어서, 어릴 때 많이 배우지 못한게 한이 되셨다고도 했다.

그렇게 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뿌리 같았습니다.

바로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다.

많고 많은 수업 중에 '글쓰기 수업'을 골라 당신들 두 발로 걸어들어오셨다는 사실이었다.


시작부터 감동이다.

‘어떻게 하면 이분들의 쓰기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 드릴 수 있을까.’

마음에 몽글몽글 잔잔한 뜨거움이 솟구쳤다.



#에드가 드가_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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