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하나 남길게

환상

by 유은

안녕, 잘 지내겠지?
아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나도 이제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생겼어. 이제서야, 인가 싶기도 하고.
이사도 곧 가고, 작은 곳이긴 하지만 집도 하나 샀어. 이직은 진작에 했고, 요즘은 되게 바쁘게 지내. 연봉도 많이 올랐어.

이 메일을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제 진짜 정리가 돼서 한 번쯤은 보내고 싶었어. 답장을 바라는 마음은 아니고, 나 혼자 정리하는거지 또.


내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게 있어. 그때의 나는 오빠가 정말 전부였고, 그래서 많이 서툴고 못나게 굴었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나고, 내 삶을 살면서 오빠 입장도 이해가 되더라.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알아. 그래서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리고 고맙다는 말도.
오빠가 끝내줘서, 나는 결국 내 삶을 살게 된 것 같아. 그때의 나는 혼자서는 끝내지 못했을 것 같거든.

지금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진심으로.
그래서 이제는 그냥, 한때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이었다는 걸 조용히 마음에 남겨두고 싶어.

오빠도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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