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스타벅스 가는 길

by 소금별
KakaoTalk_20250811_164610074.jpg 숲 너머로 보이는 애기봉전망대와 스타벅스


여름휴가 마지막 날, 회색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에서 가늘게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파주 제3땅굴을 방문한 후 애기봉스타벅스에 가보기로 했다.


“애기봉이 왜 애기봉인지 알아?” 남편이 어디에서 정보를 검색해봤는지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병자호란 당시 평안감사와 기생 애기의 사랑이야기가 얽힌 곳이야.” 남편의 말로는 평안감사가 전란에 기생 애기를 먼저 피난보내고 나중에 가려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애기는 임을 기다리다가 죽었고 그 애기가 묻힌 곳이 애기봉이라고 했다.


얼마 전, 우리는 애기봉스타벅스를 뉴스로 접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스타벅스라고 했다. 뉴스 진행자는 북한땅을 바로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저기 가보고 싶다.” 그 뉴스에서 보았던 애기봉스타벅스를 우리는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차는 파주를 지나 김포로 접어들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도로는 한산했다. “ 평일이라 차가 안 막히나 봐. 애기봉스타벅스가 생긴 후로 차가 많이 막힌대.” “그 애기봉에 스타벅스가 들어설 줄 누가 알았겠어?” 남편의 말을 듣자 역시 굴지의 기업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김포에 들어서도 길은 꽤 멀었다. 번화가를 지나고 시골 같은 풍경을 지나 인적이 뜸한 공단을 스쳐가고 있었다. “이렇게 멀어?” 내가 말했더니 초행인 남편도 어리둥절하며 어깨만 으쓱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파주에서 봤던 그 검문소가 저 앞에 보였다. “어, 여기에 왜 검문소가 있지?” 검문소 앞쪽에 매표소가 있었다. 스타벅스 가는 데 매표소라니 너무 의아해서 우리는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길은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조심조심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에 가서 표를 끊으려고 했더니 인적사항을 적어야 한다고 했다.


김포에 올 때만 해도 우리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만 마실 생각이었다. 그런데 파주 제3땅굴 갈 때처럼 인적사항을 적고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표를 끊고 자동차를 타고 조금 올라가니 무장을 한 군인이 검문소에서 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애기봉스타벅스에서 커피나 한 잔 하려고 했더니 힘드네.” 차를 타고 더 올라가니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나왔다. 애기봉스타벅스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입구를 지나 전시관과 전망대를 이어주는 탐방로를 거쳐야 했다. 전시관과 스카이포레스트가든을 잇는 흔들다리 끝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 그림이었다.


목적은 스타벅스였지만 그곳에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있었다. 애기봉 전망대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가득 안고 북한을 바라보았다. 북한에서 넘어온 평화의 소 이야기가 담긴 유도와 북한 초소가 있는 쌍마고지, 선전용 민간인 마을인 해물선전마을과 관산포까지 이날 우리는 경험했다. 가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군시설 내 통제보호구역으로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그렇게 도착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북한 땅을 바로 눈앞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전망대 한쪽의 스타벅스에서는 그 풍경을 배경 삼아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저 너머, 스위스처럼 한적한 북한의 초록 들판이 보였다. 멀게만 느껴지던 북한이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다. 커피 향과 함께 그 풍경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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