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외롭기로 했다

by 소금별



나는 오늘, 외롭기로 했다


팝콘이 터지듯 벚꽃이 피고 있었다.

운동화끈을 조여매고 산책을 나선 참이었다.

며칠 사이 계절이 이른 봄을 제치고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모바일 데이터를 켜고 유튜브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눌렀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곧이어 프랑스 남부 마을에서 들릴 듯한 나른한 음성이 귓가를 적셨다.


도심을 통과하는 개천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찰랑찰랑 빛났다.

그 물속에 오리 한 마리가 느긋하게 다리를 휘젓고 있었다.


들리던 음악이 멈추고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순간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통화버튼을 누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니 서운함이 울컥 올라왔다.

산책한다고 말하니, 혼자 갔다고 투덜거리더니 전화를 끊었다.


나는 끊어진 전화를 들고 무엇이 서운하나 생각했다.

생각은 숨바꼭질을 하듯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수변산책로에는 가볍게 뛰는 사람,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이 봄을 즐기고 있었다.


저만치 맑고 푸른 하늘이 두 눈에 가득 들어왔다.

걷는 동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어느새 물감이 번지듯 스르르 풀렸다.

또 이렇게 내 마음은 하루를 견디지 못하는구나.


“산책 나올래?”

봄눈처럼 녹은 마음으로 전화를 했더니

혼자 갔다 오라며 남편이 전화를 끊었다.

그래, 이 푸른 행성에서 외로울 때도 있어야지.

오늘 나는 외롭기로 했다.


따스한 햇살 속을 걷다 보니

저 앞에 할머니 한 분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쑥을 캐나’하고 가까이 갔더니 그 앞에 지천으로 깔린 클로버들이 보였다.


아픈 허리를 지탱했을 작은 유모차 옆에서 할머니는 네 잎 클로버를 찾고 있었다.

나도 어슬렁거리며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보았다.

책을 속독하듯 훑는 내 눈에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뭐 하고 계세요.” 지나가던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시간 보내려고 이러고 있으니 그냥 가유.”

따스한 봄날, 할머니는 무료한 시간 한때를 이렇게 보내고 있었다.

강태공은 낚시를 하며 세월을 낚았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푸릇한 클로버들 속에서 시간을 낚고 있었다.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면서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있다.

봄의 기운을 받고 지구는 빛나는 초록 행성이 되겠지.

나는 오늘도 초록 행성을, 외로운 유랑자처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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