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아이들을 서둘러 깨웠다. “엄마, 왜 말도 없이 신청했어요?” “아, 조금만 자게 놔두지.” 한창 잠이 많은 중학생 두 아들이 오전부터 투덜거린다. 의논도 하지 않고 엄마 마음대로 수업을 신청했다고 불평 가득한 얼굴이다. 그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우리 부부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스타벅스 주차장 자리가 꽉 찼다. 어디선가 받아놓은 모바일 쿠폰으로 커피 두 잔을 주문한다. 따듯한 카페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더니 30분만 무료 주차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금액이 만 원을 넘겨야 한다고 해서 아메리카노를 사이즈업으로 주문해서 주차시간을 넉넉히 확보하고, 기다리는 동안의 여유를 만끽하기로 했다.
한강물처럼 찰랑거리는 아메리카노와 누군가를 향해 쏘아 올린 하트가 둥둥 떠 있는 라떼를 받아들고 창가 자리로 향한다. 창가에 앉은 남편은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잔뜩 넣어서 달달해진 커피를 나에게 권한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니 단맛이 입 안을 감싼다. 남편은 커피를 마시더니 “와, 이 커피 맛있다!”고 탄성을 지른다.
창밖으로 며칠 전에 내린 눈들이 새하얀 카펫처럼 펼쳐져 있다. 강원도가 아닌 이곳에서 저렇게 소복하게 쌓인 눈들은 처음인지라 여기저기로 내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라떼 한 모금, 바깥 풍경 한 번,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처럼 내 눈이 부산스럽다.
야트막한 산속에서 새 한 마리가 보였다. 까치인가 싶었지만, 정체를 알아챌 사이도 없이 저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다. 흰 눈 위로 뭔가가 지나간다. “저게 뭐지?” 이번에는 남편이 창 가까이 머리를 갖다 댄다. 그건 고양이도, 토끼도, 고라니도 아니였고 다만 개였다. 우린 서로 무색해서 창밖을 가만히 보기만 했다.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이따금 들리는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어우러져 카페에 편안한 온기를 더했다. 우리 부부는 가져온 책은 들춰보지도 않은 채 밖을 쳐다본다. 저 건너 나무들은 잎을 떨구지 못한 채 흰 눈을 장식처럼 가지에 드리우고 있다. 그 나무들 사이로 새들이 날개짓하며 바쁘게 날아다닌다. 까치, 비둘기, 참새들이 새하얀 눈을 배경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다. 작은 웅덩이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신기한 것이라도 발견했는지 좋아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일상도 자연처럼 가끔 멈춰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플레이만 누르고 스탑은 누리지 않는 우리는 주말이라도 멈춰있고 싶어서 이곳을 찾는다. 조금 늘어져 있어도, 조금 멍을 때리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공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이곳은 멀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잠시라도 일상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준다. 창밖에 부드러운 목화솜처럼 깔린 새하얀 세상을 보며 끝없는 상념을 해보는 아침이다. 하늘에서 다시 눈이 내리고 있다. 그 눈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잠깐씩 쉼이 내려앉기를 바래본다.